■ 훈춘∼나진도로 착공

9일 북한 나선특구에서 중국 지린(吉林) 성 옌볜(延邊)조선족자치주 훈춘(琿春)과 북한 나진항을 잇는 53km 구간의 도로 보수공사 착공식이 열렸다고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이 통신은 7일부터 9일까지 천더밍(陳德銘) 중국 상무부장과 장성택 북한 행정부장의 주재로 양국이 ‘나선경제 무역구와 황금평 경제구 개발합작연합지도위원회 제2차 회의’를 개최했다고 전했다.
도로가 정비되면 중국 동북부의 중점 개발 프로젝트인 ‘창지투(長吉圖·창춘∼지린∼투먼) 개발 계획‘은 나진항을 통해 활기를 띨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인들이 자가용을 몰고 국경을 넘어 나선특구를 관광하는 관광단도 처음으로 9일 지린 성 창춘 시를 출발했다고 반관영 통신 중국신문망이 전했다.
○ 숙원인 중국의 동해출항권
나진항이나 청진항은 물류 거점으로서의 경제적 가치도 커 동북지방과 중국 중남부, 발달한 연해지방, 그리고 한국 일본 미국 등으로 연결되는 물류 대동맥이 될 수 있다. 랴오닝(遼寧) 성의 다롄(大連) 항은 이미 포화 상태인 데다 철로를 이용한 물자 수송은 심각한 체증을 빚고 있다. 중국이 훈춘∼나선 도로 포장 등 보수비용 전액을 부담하면서 적극 나선 것도 이 같은 다목적 포석에 따른 것이다. 중국은 연말까지 공사를 마치고 내년부터는 나진항을 본격적으로 가동하겠다는 구상이다.
중국은 도로 정비가 끝나면 석탄 등 연간 100만 t의 두만강 유역 물자를 나진항을 통해 동부 연안으로 운송할 계획이며 해마다 6000만 위안(약 102억 원)의 물류비 절감 효과를 거둘 것으로 보고 있다.
○ 북한, 강성대국의 기초 목표
북한이 마련한 ‘조-중 나선경제무역지대와 황금평경제지대 공동개발계획 요강’은 내년 ‘강성대국’ 건설을 목표로 나선에 기초시설, 공업단지, 물류망, 관광의 공동개발 및 건설을 중점으로 삼고 있다. 원자재공업, 장비공업, 첨단기술공업, 경공업, 서비스업(봉사업), 현대고효율농업 등 6대 산업을 집중 육성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러시아도 나선특구 활성화 등을 통해 동북의 경제 협력이 강화되면 연해주 개발, 나아가 극동아시아 개발에도 새로운 활력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 시베리아 횡단철도의 지선이 한반도를 종단해 일본열도까지 가는 구상도 여러 차례 나왔다.
이처럼 물류동맥 확보를 통한 나선특구 활성화는 황금평특구와 달리 북-중 관계에 그치지 않고 동북아 주변국에도 전략적 의미가 커 주목된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