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현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 투자전략팀장
궁금한 것은 이번 조정이 추세 하락의 출발인가이다. 상승 사이클이 일단락되고 대세 하락으로 방향을 잡는다면 지금이라도 주식비중을 최소화해야 한다. 물론 20% 이상 떨어진 대형주가 속출하는 상황에서 손절매는 말처럼 쉽지 않다. 하지만 추세적 하락 사이클이 시작되면 손실이 더 커질 수 있다. 따라서 지금의 조정을 어떻게 보는지가 매우 중요하다.
한 가지 아이디어는 과거 추세 변곡점이었던 2000년 초반과 2007년 후반의 상황과 비교해 보는 것이다. 당시의 시장 주변 환경을 살펴보면 크게 네 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째, 국내 개인자금이 시장에 대거 유입됐다. 1999년 바이코리아 펀드가, 2007년엔 적립식펀드가 대세몰이를 했다. 지금은 자문형 랩이 인기를 끌지만 개인자금의 본격적인 유입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셋째, 주가가 장기 과열돼 버블을 만들었다. 뒤늦게 시장에 들어온 개인투자자가 막바지 과열을 초래했다. 1989년 이후 나타난 네 차례의 상승 사이클 정점에서 주가는 20개월 이동평균가격보다 평균 143% 수준에 있었다. 반면 지금은 114%에 그친다.
넷째, 주도주 중심의 차별화 장세가 심했다. 주가가 상승할수록 실적이 뒷받침되지 못하는 종목이 뒤처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상승 사이클 후반으로 갈수록 소수종목이 시장을 견인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1999년은 통신과 정보기술(IT) 업종, 2007년은 철강과 조선업종이 시장을 이끌었다. 지금은 자동차와 화학업종이 주도하고 있다.
오현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 투자전략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