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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송평인]安息年과 골프년

입력 | 2011-06-13 03:00:00


안식년(安息年)은 유대인의 전통에 기원을 두고 있다. 이집트를 탈출해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으로 들어가는 과정은 유목 민족이었던 유대인의 농경 민족화를 뜻한다. 유대인의 신 여호와는 농경 사회의 특징을 잘 모르는 유대인에게 가나안 입성을 앞두고 “일곱째 되는 해에는 땅을 갈거나 씨를 뿌리지 마라. 거기에서 무엇이 저절로 자라거든 너희 백성 중에서 가난한 사람들이 먹게 하라”고 명령한다. 땅에 휴식을 주어 황폐화를 막는 지혜였다. 동시에 유목 사회의 통합이 농경 사회의 빈부 격차로 깨질 것을 염려한 조치이기도 했다.

▷현대 사회에서는 연구와 재교육을 위한 장기간의 휴가를 지칭하기 위해 그 말이 사용된다. 안식년이 있는 대표적인 기관이 대학이다. 미국 대학은 교수들에게 자동적으로 안식년을 주지는 않는다. 계속해서 좋은 연구 성과를 내고 잘 수립한 연구계획서를 제출한 교수에게만 학장의 권한으로 안식년을 허가한다. 안식년 휴가를 떠난 교수는 반년은 월급의 전부, 나머지 반년은 월급의 반을 받는 것이 대부분이다.

▷한국 대학에서는 교수 대부분이 안식년 휴가를 떠난다. 총장 직선제 이후 후보들이 앞다퉈 교수 전원 안식년을 공약으로 내걸면서 제도로 자리 잡았다. 교수 전원이 안식년 혜택을 받는다면 어느 대학이든 교수 7명 중 1명은 안식년 휴가를 떠나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 대학은 미국과 달리 안식년이라도 교수에게 한 해 월급을 다 지불한다. 대학이 안식년에 쓰는 비용이 적지 않다.

▷우리나라 대학에서는 안식년을 연구년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상당수 교수가 안식년 휴가를 떠나서는 연구보다 골프와 여행을 즐긴다는 비판을 받는다. 안식년이 꼭 1년이어야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미국에서는 연구 목적에 따라 안식년(sabbatical year)을 주거나, 안식학기(sabbatical term)로 준다. 독일에서는 연구학기(Forschungssemester)라고 부르는데 한 학기가 원칙이다. 수원대는 안식년을 안식학기로 바꾸는 등의 예산 절감 노력을 통해 지난 3년간 등록금을 동결했다. 등록금 인하를 하자면 국가의 지원도 필요하지만 대학과 교수들도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