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일 동안 내가 이 공을 왜 갖고 다녔는지 모르겠네.”
LG 이동현(29)이 결국 신인 임찬규(19)에게 두 손, 두 발 다 들고 말았다.
사연은 이렇다. 임찬규는 5월 6일 대구 삼성전에서 데뷔 첫승을 기록했다. 당시 그 경기를 마무리한 이동현은 임찬규의 첫승공을 받아 챙겼다. 여느 신인이라면, 그날부터 “공 좀 주세요”라며 졸라야하는 상황.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임찬규는 이에 대해 말 한마디 없었다.
결국 이 기사를 본 이동현은 가슴을 치고 말았다. 그러면서 13일 대구 숙소에 임찬규를 불러 “옜다. 40일 동안 내 가방만 무겁게 계속 공을 넣고 다닌 게 억울하다”며 자신의 머리를 쥐어뜯었다.
14일 대구 삼성전에 앞서 임찬규가 “첫승공 받았어요”라며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자랑하자, 이동현은 “예전 우리는 거의 울다시피 하며 선배님을 졸랐는데 이 놈은 감당이 안 된다”며 혀를 내둘렀다. 신경전 끝에 답답해서 우물을 판 사람은 이동현이었다. 못 말리는 임찬규다.
대구 | 이재국 기자 (트위터 @keystonelee) keysto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