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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15인에게 ‘양적완화 이후’ 세계증시 전망을 물었더니…

입력 | 2011-06-16 03:00:00

“신흥국은 꿋꿋하게 간다”




국제 신용평가회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그리스 신용등급을 세계 최저수준으로 낮춘 가운데 미국의 2차 양적완화 종료시점이 다가오면서 신흥국 증시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그리스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가 정말 일어나면 세계경제가 더블딥(경기회복 후 재침체)에 빠져 신흥국 증시를 포함한 글로벌 증시에 큰 충격이 우려된다.

동아일보 증권팀이 증권사, 자산운용사, 민간연구소의 국내 전문가 15명에게 긴급설문을 실시한 결과, 대부분의 전문가는 “그리스 문제는 유럽의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느냐가 관건이고, 미국은 더블딥이 아니라 소프트패치(경기회복기 일시적 침체)의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 디폴트에 더블딥 우려까지 ‘첩첩산중’

설문에 응답한 전문가들은 그리스와 미국 경제가 걸어갈 방향이 양적완화 종료 이후의 세계 금융시장을 좌우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만약 그리스의 디폴트 선언으로 손실을 본 투자자들이 스페인 등 재정적자 국가들의 국채나 미국, 신흥국 주식을 매도하면서 유동성 확보에 나선다면 글로벌 시장은 대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김한수 자본시장연구원 국제금융실장은 “최악의 상황을 막아야 한다는 합의점이 있는 만큼 유로존,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 승인 등으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겠지만 각국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복잡해 쉽지는 않다”며 “스페인 등 다른 유럽 국가로의 전이 여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더블딥 가능성에 대해서는 지나친 비관론을 품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 다수 의견이었다. 최석원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기업들의 실적개선과 가동률 상승세, 풍부한 자금을 감안할 때 주택가격과 고용회복이 모두 지연되는 더블딥 국면을 가정하는 건 과도해 보인다”고 말했다.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미국 제조업 타격, 그리스 해법 논란과 양적완화 종료 이후 불확실성이 맞물려도 더블딥이 아닌 소프트패치에 머물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다만 신혜정 우리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센터장은 “엄청난 유동성 공급에도 생산이나 소비, 고용지표가 악화돼 더블딥이 올 여지도 있다”며 “상황이 나빠지면 3차 양적완화 정책이 나올 수 있으므로 하반기까지는 추이를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유보적 입장을 보였다.

○ 중국 등 신흥국 증시 선전할 것

IMF에 따르면 양적완화 정책으로 지난 1년간 신흥국에 600억 달러(약 65조 원)가, 국내 증시에는 15조 원 정도가 유입됐다. 신흥국 시장에 몰렸던 이 자금이 한꺼번에 빠져나갈 경우 자산가격 하락 등 후유증이 우려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급속한 자금유출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봤다. 미국이 2차 양적완화 종료 이후 바로 금리인상을 단행하며 본격적 출구전략에 나설 확률은 낮아 보이기 때문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넘쳐나는 달러 때문에 자국통화 강세, 높은 물가상승을 동시에 겪어야 했던 신흥국으로선 오히려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중국 경착륙 가능성을 경고한 누리엘 루비니 미국 뉴욕대 교수와 달리 국내 전문가들은 중국의 연착륙 쪽에 손을 들었다. 조윤남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달러 약세와 상품가격 강세가 완화되고 물가상승 압력이 줄어들면 중국도 긴축이나 위안화 절상속도를 늦추면서 하반기 이후 연착륙으로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럴 경우 유망 투자처는 여전히 신흥국이다. 단기적으로는 양적완화 종료로 달러나 미국 국채 수요가 늘어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재정 건전성과 자생적 성장경쟁력을 갖춘 신흥국 증시가 강세를 보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동섭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이 본격적으로 유동성을 거둬들일 금리인상 시점과 유가 움직임에 따라 변동이 있겠지만 경제 펀더멘털과 기업이익 등을 고려했을 때 신흥국 증시는 조정을 거친 이후 하반기에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