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한 이화여대 과학교육과 교수
지질학적으로 동해는 약 1500만 년 전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일본 열도가 유라시아 대륙의 일부로 한반도에 붙어 있었다. 판구조운동으로 태평양판이 유라시아판 밑으로 들어가면서 일본 열도가 한반도에서 조금씩 갈라져 나갔고 동해 바다가 열렸다. 일본 중부 히타산지 지질과 한국 옥천대 지질이 유사하다. 동해 해저에는 한반도에서 떨어져 나간 대륙 지각의 조각이 곳곳에 남아 있다. 동해가 갈라지는 과정에서 울릉도와 독도 같은 화산섬이 만들어졌으며 동해 해저 여러 곳에서 화산암류 암석이 발견되고 있다. 특히 울릉도와 독도는 동해에서 유일하게 해수면 위에 분포하고 있는 화산섬으로 동해의 지질 역사를 잘 기록하고 있어 동해 형성 연구의 열쇠로 여겨진다.
동해는 130만 km² 면적에 평균 수심이 1350m(최대 수심 3800m)로 큰 해양의 축소판인 미니 해양이다. 크기는 태평양의 0.6% 정도지만 해수면의 변동, 해수의 수온과 염분에 의해 일어나는 밀도류 등 모든 해양 현상이 발생하는 해양학의 교과서와 같다. 동해의 또 다른 독특한 특징은 표층수와 심층수가 수심 200m 부근에서 성층을 이루는 수괴구조라고 해양학자들은 말한다. 동해 해수는 동해 주변 육지의 기후와 생물 활동, 식생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동해 심층수는 동해 고유의 수온 0.2도, 해수 kg당 고형물질 34g에 용존산소가 다량 녹아 있는 균질하고 특이한 물로 수자원 개발의 대상이 되고 있다. 동해 해저는 메탄하이드레이트와 유전 가스 개발을 비롯해 어업 등 생물자원의 보고(寶庫)이기도 하며 지형학적으로는 한반도의 정원과 같은 지구상에서 보기 드문 청정해양이다.
우리도 2008년 경북 울진에 동해연구소를 열어 동해 연구를 하고 있다. 동해는 동북아의 해양관문으로 지정학적 전략적 요충지로 그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그 때문에 동해를 중심으로 북-중 사이에 진행되고 있는 일련의 개발특구 지정은 한민족의 역사적 운명의 관점에서 남북이 함께 신중히 논의해야 할 과제다. 아울러 동해연구소를 활성화시켜 동해 연구 역사의 과거와 미래의 산실로, 동북아 해양국제중심연구센터로 만들어가야 한다. 동해 명칭 바르게 표기하기와 독도 영유권 문제, 동해의 영구적 보존을 위한 환경 감시기능을 포함한 동해의 지킴이 역할을 수행하도록 국민이 힘과 지혜를 모아 주었으면 한다. 그동안 우리는 동해에 대해 무관심하지 않았는지 반성하면서 동해를 바로 아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김규한 이화여대 과학교육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