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금 상승세 때문에 전세 수요가 매매 수요로 돌아설 가능성도 높아졌다. 국민은행의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5월 말 전국 아파트의 매매가 대비 전세금 비율은 59%를 나타냈다. 부동산 업계가 통상 전세 수요자가 매매로 돌아서는 기준점으로 여기는 60%에 근접한 것. 경매를 활용하면 전세금과 큰 차이 없는 금액으로 내 집을 손에 넣을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유찰이 반복될수록 가격이 떨어진다는 점도 부동산 경매가 각광받는 이유다. 경매가 1회 유찰되면 감정가 대비 80%, 2회 유찰시 64%, 3회 유찰시 반값인 51%부터 경매가 시작된다. 통상 하자가 없는 아파트라도 1회 정도는 유찰된다. 강은 지지옥션 경매자문센터 팀장은 “경매를 통하면 급매물보다 싼 시세의 80% 수준으로 내 집 마련이 가능하기 때문에 경매를 ‘국립 부동산 할인매장’이라 부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 467 ‘타워펠리스’ 주상복합아파트 1채는 2회 유찰돼 다음 달 7일 3차 경매를 기다리고 있다. 전용면적 137m². 감정가 20억 원의 64%인 12억8000만 원부터 경매가 시작된다. 강남구 개포동 12-2 ‘엘지개포자이’ 아파트의 전용면적 168m² 1채도 경매 대상. 감정가 18억 원이었으나 2회 유찰돼 현재 11억5200만 원이 최저 낙찰 금액이다. 다음달 5일 경매가 진행된다.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주엽동 120 문촌마을 신안아파트 전용 173m² 1채도 경매에 나왔다. 감정가 9억5000만 원. 2회 유찰돼 현재 최저가는 4억6550만 원이다. 22일 3차 경매가 예정돼 있다. 경기 의왕시 내손동 ‘포일자이’ 전용 114m² 1채도 2회 유찰돼 주인을 기다리는 중이다. 현재 최저가는 4억9920만 원. 다음달 19일에 경매가 있다. 인천 연수구 송도동 ‘송도 더샵 퍼스트월드’ 1채는 24일 3차 경매를 앞두고 있다. 수도권과는 대조적으로 비수도권 지역의 아파트 경매시장은 뜨거운 편이다. 5월 비수도권 아파트의 낙찰가율은 99.2%에 이른다. 낙찰률도 59%를 보여 수도권의 41.9%보다 높다.
전문가들은 성공적인 부동산 경매를 위해 미리 준비할 것이 많다고 조언한다. 감정은 언제 했는지, 등기부등본에 큰 하자는 없는지 등 관련 서류를 꼼꼼히 살펴야 한다. 또한 물건을 직접 볼 수 없기 때문에 주변 다른 아파트를 살펴보고 시세 등도 확인해야 한다. 경매법정에서는 분위기에 휩쓸리지 말고 자신이 생각한 적절한 가격을 적어내면 된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일반인들은 보통 생소한 법률용어와 명도에 대한 부담으로 법원 경매를 어렵게 생각하지만 권리분석만 제대로 하면 겁낼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건혁 기자 realis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