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추가지원 합의 실패로 글로벌 증시 일제히 급락…
포르투갈 아일랜드 스페인… 국채부도 위험수치 치솟아
글로벌 G2(미국과 중국)의 경기회복이 더딘 상황에서 그리스 국채를 대거 보유한 유럽 대형은행에 경고등이 켜지면서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시킨 미국 리먼브러더스 파산 같은 초대형 악재가 터지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무디스는 15일(현지 시간) 그리스 채무위기에 크게 노출된 프랑스 대형은행인 BNP파리바와 크레디아그리콜, 소시에테제네랄의 신용등급 하향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날 열린 유로존 재무장관 회의가 시장의 예상을 깨고 그리스 지원 방안에 대한 이견만 확인한 채 결론을 내리지 못하자 신용평가회사들이 다시 강도 높은 경고를 내린 것.
그리스 사태가 교착 상태에 빠지자 글로벌 금융시장에도 혼란이 덮쳤다. 전날 미국과 유럽 증시가 1% 이상 하락한 데 이어 16일 한국 코스피도 이달 들어 가장 큰 폭인 1.91% 급락했다. 일본(―1.70%) 중국(―1.52%) 대만(―2.00%) 등 아시아 증시도 동반 급락했다. 유로화는 달러화 대비 2% 가까이 급락했으며 국제유가도 7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4.6% 폭락하며 4개월 만에 배럴당 95달러 아래로 내려앉았다.
그리스는 국가 부도위험을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5년물 기준으로 이틀 연속 사상최고치를 경신하며 17%로 치솟았다. 2년물 국채금리도 28%로 급등하며 유로존 등장 이후 최고치를 보였고 10년물 국채금리도 이틀째 최고치를 찍었다. 여기에 포르투갈, 아일랜드 등 재정위기가 불거진 다른 국가의 CDS 프리미엄도 역대 최고치로 뛰었고 스페인 이탈리아의 국채금리마저 급등하며 불안감이 확산됐다.
전문가들은 그리스 문제 해결 과정에서 민간 채권단인 은행의 손실부담이 현실화되거나 인근 국가로 위기가 빠르게 전염되면 유럽판 ‘제2의 리먼 사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로존이 합의점을 도출해도 그리스의 자금 조달 여력이나 상환 능력이 부족해 그리스의 채무조정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하며 독일의 요구가 일부 수용될 여지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이렇게 되면 상호 의존도가 높은 유럽 금융권이 신용경색에 빠지는 것은 물론이고 미국 금융시장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 랠프 프레우서 BoA메릴린치 유럽리서치 책임자는 “EU가 어떤 식으로든 그리스에 대한 추가 지원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며 “더 큰 문제는 유로존 경제규모 4위인 스페인으로 위기가 전염되는지 여부”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