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재홍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투자커뮤니케이션팀 이사
공격과 수비를 금융산업에 비유해 보면 공격은 금융상품의 제조·운용으로, 수비는 금융상품의 판매로 볼 수 있다. 이를 최근 업계 최대의 화두인 헤지펀드에 적용해 볼 수 있을 듯하다. 현재 각 매체의 관심은 주로 헤지펀드 운용 금융기관의 자격, 관련 제도 및 규제사항, 헤지펀드에 투자할 수 있는 투자자에게 집중돼 있다. 강력한 축구팀을 완성하기 위해서 골을 넣을 수 있는 차별화된 개인기와 조직력을 갖춘 새로운 공격수에 대한 관심이 우선적으로 생기는 것과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헤지펀드가 추구하는 전략은 시장상황과 변동성에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 절대수익 추구여서 매수 중심(long only)의 전통 운용 전략과는 매우 다르다. 현재 한국 상황에서 적용 가능성이 높으며 기존 전략과 유사한 것은 롱쇼트(long-short) 전략이다. 얼핏 기존 주식 운용 방식과 다르지 않아 보이지만 실상은 매우 다르다. 전통적인 주식형 펀드에서 매도전략은 평가이익을 실현해 이익을 확정하거나 예상과 다르게 움직이는 주식의 보유 규모를 줄여 기회비용을 축소하기 위한 도구로 활용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반면 헤지펀드에서의 매도전략은 매도거래를 통해 신규 수익 획득을 위한 사전 포석을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매도한 금융자산이 매도시점 이후 하락해야 하고 적정 수준까지 하락하면 환매수(short-cover)라는 매수 거래를 통해 수익을 확정해야 한다. 롱쇼트 전략을 구사하기 위해서는 특정 주식의 가격상승 예측에 집중돼 있는 기존 리서치 역량에 특정 주식의 가격하락 예측 능력까지 추가돼야 한다.
현재 헤지펀드 관련 금융상품의 제조와 운용에 집중되어 있는 관심은 판매와 사후관리 측면에서도 균형감 있게 다뤄져야 한다. 수비가 안정되면 공격력도 살아난다. 공격에는 슬럼프가 있지만 수비에는 슬럼프가 없다는 속설을 금융산업에서도 귀 기울여야 할 때다.
길재홍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투자커뮤니케이션팀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