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매를 부각시키면서도 몸을 편안하게 디자인한 디올옴므의 2011년 봄여름 컬렉션 작품.디올 제공
몸에 대한 예찬과 경배는 고대 그리스 시대에서 비롯되었다. 그리스인들은 정신과 육체가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었다. 소크라테스, 플라톤을 비롯한 많은 철학 사상이 그 시대에 창시되었고 문학 예술 또한 그 뿌리를 그리스에 두고 있다. 정신적으로는 토론을 통한 자유로운 사고와 함께 순수한 영혼을 강조했고 육체적으로는 그 영혼을 담는 아름다운 이상미를 추구했다.
그리스 조각상에서 볼 수 있는 팔뚝에 솟은 불끈불끈한 힘줄과 떡 벌어진 어깨, 미끈하게 빠진 탄탄한 다리는 이상적인 몸매의 롤 모델을 제시한 것이기도 했지만 그 누군가의 실제 몸이었을 것이다. 현대 올림픽의 기원인 고대 그리스 올림픽에서도 몸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나체로 경기를 진행했으며 그 역사적인 기록들이 벽화 조각상 도자기의 문양으로 남아 있다.
하지만 몸에 대한 사랑 없이 이상적인 아름다움만을 추구하면 패션 때문에 몸을 혹사시키는 게 반복될 뿐이다. 패션으로만 자신을 꾸미려던 경향에서 벗어나 몸을 먼저 가꾸는 시대가 온 것은 참으로 감사할 만하다. 다만 정신 육체, 그리고 패션이 융합되기를 바랄 뿐이다.
간호섭 패션디자이너·홍익대 섬유미술패션디자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