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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섭 교수의 패션 에세이]육체-정신-패션이 만날 때

입력 | 2011-06-17 03:00:00


몸매를 부각시키면서도 몸을 편안하게 디자인한 디올옴므의 2011년 봄여름 컬렉션 작품.디올 제공

여름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언제나 그렇듯 여름은 뜨겁고 정열적이다. 여성들은 S라인 몸매를 뽐내기 위해 다이어트에 들어가고 남성들은 탄탄한 식스팩을 다지기 위해 한동안 잊고 지냈던 헬스클럽으로 발걸음을 돌린다.

몸에 대한 예찬과 경배는 고대 그리스 시대에서 비롯되었다. 그리스인들은 정신과 육체가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었다. 소크라테스, 플라톤을 비롯한 많은 철학 사상이 그 시대에 창시되었고 문학 예술 또한 그 뿌리를 그리스에 두고 있다. 정신적으로는 토론을 통한 자유로운 사고와 함께 순수한 영혼을 강조했고 육체적으로는 그 영혼을 담는 아름다운 이상미를 추구했다.

그리스 조각상에서 볼 수 있는 팔뚝에 솟은 불끈불끈한 힘줄과 떡 벌어진 어깨, 미끈하게 빠진 탄탄한 다리는 이상적인 몸매의 롤 모델을 제시한 것이기도 했지만 그 누군가의 실제 몸이었을 것이다. 현대 올림픽의 기원인 고대 그리스 올림픽에서도 몸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나체로 경기를 진행했으며 그 역사적인 기록들이 벽화 조각상 도자기의 문양으로 남아 있다.

한때 신체를 왜곡해 멋을 내던 시대가 있었다. 목 주위에 커다란 부채 모양의 팬 칼라를 돌리기도 하고 코르셋을 조이고 조아 부러질 듯 가는 허리를 만들기도 했다. 힙 부분만 부풀린 버슬 스타일이 유행하기도 했다. 근래에도 ‘킬 힐’이라고 해 서 있기도 힘들 만큼 아찔한 높은 굽의 하이힐이 인기를 끌었으니 패션을 위해 몸을 혹사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여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몸에 대한 사랑 없이 이상적인 아름다움만을 추구하면 패션 때문에 몸을 혹사시키는 게 반복될 뿐이다. 패션으로만 자신을 꾸미려던 경향에서 벗어나 몸을 먼저 가꾸는 시대가 온 것은 참으로 감사할 만하다. 다만 정신 육체, 그리고 패션이 융합되기를 바랄 뿐이다.

고대 그리스인들이 하나의 천으로 자유자재의 주름을 만들어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뽐냈던 것은 봉제 기술이 없어서가 아니라 육체를 잘 드러내길 바랐던 것이고 또한 그런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패션에 담고 싶은 의지였을 것이다.

간호섭 패션디자이너·홍익대 섬유미술패션디자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