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중흥 생산적 논쟁 이어졌으면…
시사랑문화인협의회가 16일 서울 고려대 인촌기념관에서 ‘현대시와 소통’ 세미나를 열었다. “시는 어렵다”는 편견을 깨고 독자와 소통 범위를 넓히는 방법을 고민하는 자리였다.
세미나 발제문을 보면 2000년대 들어 문단에 등장한 뒤 성장한 ‘미래파’ 시인에 대한 비판이 강하게 담겨 있다. 미래파가 노래한 난해한 시들이 독자와의 소통을 방해했고 결국 시의 위기가 심화됐다는 지적이다.
예술원 회원인 성찬경 시인은 난해한 시에 대해 “여기에는 문학의 문제뿐만 아니라 인간의 심리 문제, 즉 허영의 문제가 끼어들었다”고 지적했다. 즉 시인은 무슨 뜻인지 아는데 남(독자)이 모른다면 시인이 우월감을 느낄 수 있다는 심리가 어려운 시에 깔려 있다는 것이다. 그는 “까다로운 어휘를 선택함으로써 뜻을 조금 불투명하게 만드는 작업 자체는 하나도 어려운 일이 아니다”라며 “같은 값이면 어려운 표현보다는 간명하고 쉬운 편이 좋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서정주의 시인들의 비판에 대해 미래파 시인들은 정면 반박했다. 여정 시인은 “트로트와 헤비메탈 중 ‘어떤 게 노래냐’며 논쟁하는 것과 비슷하다”면서 “따뜻한 감정을 가진 시인들은 소통의 시를 쓰면 되고 사회분열적인 예민한 시인들은 다른 시를 쓰면 되는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소통에 대해서는 “소통을 원한다면 산문을 쓰면 된다. 개인적으로 시는 타인과 소통하기 위한 장르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조연호 시인은 “기존 시가 가진 가치들이 손상되는 것에 두려움을 갖고 있는 분들이 계신 것 같다”며 “제 시가 어렵다는 것에 반감은 없다. 결국 취향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소통을 부정한다’는 일부 비판엔 공감하기 어렵다. 결국 책을 낸다는 것 자체가 소통 행위다. 다만 좀 다른 종류의 대중을 독자로 상정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출판 시장에서는 요즘 베스트셀러 시집을 찾기 어렵다. 지명도 있는 시인은 초판 3000부, 신인급은 1000∼1500부를 찍지만 2쇄에 들어가는 작품이 드물 정도. 시장이 침체되면서 시적 경향을 둘러싼 날선 비판도, 관심도 줄어든 것이 사실이다. 시를 둘러싼 논쟁들이 좀 더 생산적인 담론으로 이어져 시에 대한 독자의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