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혀 모르는 여성과 혼인신고를 하고 자녀 출생신고를 한 것은 물론 이 여성이 사망했다고 신고까지 한 파렴치한 부부가 법정에 섰으나 시효가 만료됐다는 이유로 면죄부를 받는 어이없는 일이 생겼다.
청주지법 민사5단독 황성광 판사는 17일 김모(64·여) 씨가 "위법한 혼인. 출생. 사망신고로 정신적 고통을 받은 만큼 3000만원을 지급하라"며 이모(67) 씨 부부를 상대로 낸 위자료 청구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이 씨 부부가 황당한 짓을 한 것은 혼인신고를 할 수 없는 동성동본 부부였기 때문.
이들의 위법한 행위는 동성동본 부부의 혼인신고를 한시적으로 허용한 '혼인에 관한 특례법'이 제정된 직후인 1988년까지 계속됐다.
이 법이 제정돼 혼인신고가 가능해지자 이들은 또 한차례의 위법한 행위를 저질렀다.
1988년 12월 생면부지의 서류상 부인인 김 씨가 사망한 것처럼 허위로 사망신고를 했고 하루 뒤 실제 부인 이 씨와 혼인신고를 했다.
결국 현재의 진짜 남편과 결혼해 3명의 자녀를 두고 있던 김 씨는 서류상으로 이 씨와 혼인한 뒤 10여 년 간 이중 결혼생활을 하고 자녀도 4명이나 낳은 뒤 사망한 셈이다.
그러나 황 판사는 "원고의 명시적 허락없이 혼인. 출생. 사망신고를 한 것이 확실한 만큼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는 원고의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하면서도 시효 소멸을 이유로 김 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황 판사는 판결문에서 "원고의 위자료 청구권은 사망신고가 이뤄진 1988년 12월12일부터 10년이 경과한 1998년 12월 12일자로 시효가 소멸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김 씨를 대리한 김태영 변호사는 "관청 장부에 위법한 기록이 계속 남아 있어 고통이 계속된 만큼 이 사건은 시효로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면서 "청구를 기각한 사유가 이해되지 않는 만큼 항소해 상급법원의 판단을 받겠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