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도 3일 청와대 회동에서 이런 위기의식을 공유한 가운데 공천 문제를 논의했다고 한다. 두 사람이 ‘공천 원칙에 합의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서는 청와대와 박 전 대표 측 모두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한다. 그러나 공천의 핵심은 사람이고 공천을 잘해서 야권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는 것만은 저지해야 한다는 데는 두 사람이 공감했다고 여권 인사들은 전한다. 야당에 과반 의석을 내주면 차기 대권을 노리는 박 전 대표도 불리한 상황을 맞겠지만 이 대통령의 임기 말 국정 운영도 고달파질 수 있다. 두 사람 간에 이런 인식이 어느 정도 통한 것 같다.
▷1996년 신한국당의 15대 총선 공천은 정당사에 남는 성공사례로 꼽힌다. 그 핵심은 과감한 외부 수혈과 철저히 인물 경쟁력에 바탕을 둔 공천이었다. 선수(選數)나 계파는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좌파정당인 민중당에 몸담고 있던 이재오 김문수, 소장파 법조인 안상수 홍준표, 인기 앵커 맹형규도 발탁됐다. 기업인 출신의 전국구 의원이던 이 대통령도 서울 종로에 투입돼 당선됐다. 김영삼 대통령과 척을 졌던 이회창을 끌어들여 선대위의장을 맡겼다. 역대 총선을 통틀어 보수정당이 서울에서 승리하기는 이때가 처음이다.
이진녕 논설위원 jinny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