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차관 토론회서 29분간 공직사회 질타
상의 벗는 李대통령 이명박 대통령이 17일 경기 과천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민생점검 및 공직윤리 확립을 위한 장차관 국정토론회’에 참석해 상의를 벗고 있다. 이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공직비리와 기강 해이 문제를 강도 높게 질타했다. 과천=김동주 기자 zoo@donga.com
당초 이번 국정토론회는 서민경제 활성화를 주제로 기획됐다. 하지만 검경 갈등, 국토해양부 환경부의 연찬회 비용 대납 사건 등, 일반의약품(OTC)의 슈퍼마켓 판매 논란에서 드러난 부처 갈등 등이 잇달아 터지면서 이 대통령이 “공직기강 문제도 다루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집권 4년차 중반에 접어들면서 레임덕(임기 말 권력누수현상) 조짐이 일고 있는 만큼 작심하고 기강 잡기에 나선 것이다. 공직자들이 더 움츠러들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지만 이 대통령은 정면 비판이라는 충격요법을 선택했다.
실제 이 대통령은 고위공직자들의 안일한 자세가 레임덕을 앞당길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어떤 사람들은 (일을) 더 벌이지 말고 마무리하자는데 보따리 싸는 사람처럼 하면 일이 안 된다”며 “정신만큼은 새로운 것을 한다는 마음을 갖고 해야 한다. 정권 초기에 취임한 장관처럼 열정과 희망을 갖고 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인기 방송 프로그램인 ‘나는 가수다’의 진행 방식을 거론하면서 ‘냉정한 프로의식과 결과에 승복하는 문화’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무자비하지만 방청객 500명이 투표로 (가수를) 떨어뜨리면 ‘좋은 시간 가졌다. 고맙다’라면서 떠나더라. 이제까지는 떨어지면 ‘심판이 잘못했고, 500명을 뒤에서 매수했을 거다’라며 실력 부족을 인정하지 않았다”라면서 “(가수들은 낮은 점수를) 다 인정하고 새로운 장르(의 노래)를 보여주려고 일주일 연습해 (TV에) 나온다. 군말이 없다. 누굴 핑계 대느냐. 우리에게 정말 그런 정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최근 국토부 환경부 등 정부부처가 연찬회를 개최하면서 유관 기관에 돈을 받아 행사를 치렀다가 적발된 것도 공개적으로 문제 삼았다. 이 대통령은 “연찬회 뒷바라지는 오래전부터 있었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나도 민간(기업)에 있었기 때문에 잘 안다. 을(乙)의 입장에서 뒷바라지해 준 일이 있다”며 과거 경험도 끄집어 냈다. 이어 “국토부만 그런 게 아니라 모든 데가 그랬다. 기성세대에겐 관행이지만 젊은 세대들이 보면 이상하다”며 관행의 고리를 끊어줄 것을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또 대기업 정책과 서민 정책은 마련돼 있지만 중산층 정책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소기업을 중견기업으로 키워낸 한 기업가가 기업을 쪼개 중소기업 규모로 다시 돌아간 이야기를 다룬 신문 기사를 거론했다. 이 대통령은 “중소기업을 잘 키워 졸업하면 136개 지원이 없어진다”며 “(공직자들이) 통상 업무에 바빠 (정책의 공백을 메워줄 업무를) 창의적으로 못한다”며 아쉬워했다.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