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호택 논설위원
1945년 광복 당시 중학교 이상 학력 소지자는 전체 인구의 1% 미만이었다. 문맹률(文盲率)은 53%에 이르렀고 특히 여성의 문맹률이 높았다. 충무아트홀에서 어제까지 상영한 뮤지컬 ‘엄마를 부탁해’(원작 신경숙)에 등장하는 ‘까막눈 엄마’의 전설같은 이야기에 젊은 세대들은 공감(共感)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한국은 반세기 남짓에 대학취학률이 70.1%(2010년), 25∼34세의 고등교육 이수율이 세계 1위인 나라가 됐다.
교수 직원, 등록금 고통 분담하라
대학 등록금에 보태줄 예산이 있다면 가난한 집안 출신 학생에게 장학금을 더 주거나 실업고 학생들을 지원하는 것이 옳다. 실업고나 전문대의 교육 여건을 개선하고 정책적으로 취업률을 높여준다면 4년제 대학에 다니느라 젊음과 돈을 낭비하는 사회 분위기를 바꿔 놓을 수도 있을 것이다.
총장 선출제도는 교직원 과잉복지의 온상이다. 직선제든 간선제든 총장 후보는 환심을 사기 위해 봉급 인상을 포함해 복지 선물세트를 내놓아야만 한다. 그래도 교수들은 외국 명문대에서 힘들게 박사 따고 강의 경력을 쌓다가 30대 중후반에야 조교수가 된다. 부교수를 거쳐 테뉴어(종신교수)가 되려면 다시 8, 9년이 걸린다. 대학 직원은 약자라는 인식이 있지만 일의 강도는 기업에 비하면 훨씬 낮고 업무 보조요원으로 근로장학생을 쓴다. 교수와 직원 구분 않고 단일호봉을 적용하는 일부 대학의 직원 평균연봉은 7000만∼8000만 원을 오르내린다. 억대 연봉을 받는 직원도 많다. 직원들은 방학 때 쉬거나 단축근무를 한다. 학부모들은 등록금 고통으로 허리가 휘는데 직원들만 ‘신이 숨겨 놓은 자리’를 즐긴다면 공정사회라고 할 수 없다.
민주당이 ‘반값’과 ‘무상’ 시리즈를 남발하면서 복지정책의 주목도가 떨어지고 있다. 이번 논쟁은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가 끄집어내면서 폭발력이 생겼다. 20, 30대에서 민주당에 밀리는 한나라당으로서 360만 명에 이르는 대학생 대학원생을 노린 회심의 카드일 수 있지만 과연 정책 하나로 표심이 휘딱휘딱 뒤집어질지 회의적이다. 정책 베끼기가 만연해 유권자들은 어느 게 어느 당의 공약인지도 혼란스럽다. 아주대와 건국대 총장을 지낸 오명 KAIST 이사장은 “정부의 지원이 있고 대학들이 자구노력을 하면 등록금을 20%가량은 낮출 수 있다”면서도 신중한 검토를 거치지 않고 불쑥 반값 등록금을 터뜨린 감이 있다고 말했다.
경제규모 13위인 한국에서 고작 서울대와 KAIST 정도가 세계 대학 랭킹 100위 안에 든다. 초라한 성적표다. 대학경쟁력이 곧 국가경쟁력이다. 10위권을 넘보는 대학도 생기고 100위권 안에 드는 대학이 대여섯 개는 나와야 한다. 대학졸업장의 반값 세일에 정신이 팔려 있을 때가 아니다.
황호택 논설위원 hthw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