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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경제뉴스]그리스 사태가 글로벌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뭔가요

입력 | 2011-06-20 03:00:00

불확실성 초대형 악재 ‘공포’… 국내도 상승장에 찬물




 

《 최근 ‘그리스 사태’를 주제로 한 기사가 자주 보입니다. ‘그리스 사태’가 글로벌 경제나 국내 증시에 영향을 미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

‘서구 문명의 요람’인 그리스가 이제는 세계에서 신용등급이 가장 낮은 골칫덩이 국가로 전락해 버렸습니다. 최근 미국 신용평가회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그리스의 국가신용등급을 B에서 CCC로 3계단 낮췄습니다. 이는 S&P가 신용평가를 하는 126개국 중 제일 낮은 등급이며 자메이카 파키스탄 피지보다도 한 계단 낮은 등급입니다. S&P는 신용등급 강등과 함께 “그리스가 유로존 최초로 채무불이행(디폴트) 국가가 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처럼 그리스 사태란 극심한 재정난 때문에 국가부도 위기로까지 내몰리게 된 그리스의 경제 상황과 그로부터 빚어지는 각종 정치 및 사회 현상을 이르는 말입니다. 그리스는 국내총생산(GDP)의 110%가 넘는 나랏빚을 졌습니다. 방만한 복지 혜택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 지출을 늘린 결과였습니다. 결국 지난해 5월 유럽연합(EU),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1100억 유로(약 172조 원)의 구제금융을 받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이것으로 그리스의 재정적자가 완전히 해결된 게 아닙니다. ‘파산’이란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선 유로존의 추가 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S&P의 신용등급 강등’ ‘그리스에 대한 유로존의 추가 금융지원 합의 난항’처럼 그리스의 국가부도 위기 우려가 새롭게 번질 때마다 글로벌 증시 역시 크게 요동치며 불안감을 드러내는 점입니다.

그렇다면 남유럽의 한 국가가 겪는 재정위기에 세계 주요국 증시가 예외 없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는 그리스의 위기가 단지 그리스 자체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고 연쇄적인 파급 효과를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현재처럼 미국 중국 같은 주요국의 경기회복이 더딘 상황에서 그리스 국채를 대거 보유한 유럽 대형 은행들이 그리스 국채 투자로 인한 손실로 도산 위기에 직면하는 상황이 그렇습니다.

여기에 민간 투자자들이 그리스 투자로 보게 된 손해를 만회하고 현금(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역시 재정상태가 그리 좋지 못한 스페인 포르투갈 아일랜드 이탈리아 등의 국채를 매도하기 시작하면 그리스의 국가부도 위기는 전 유럽으로 삽시간에 도미노처럼 확산될 수 있습니다. 스페인처럼 그리스보다 경제 규모가 훨씬 크고 유로존에서 그 국가에 투자하는 은행의 규모도 큰 다른 국가들로까지 전염된다면 문제가 훨씬 심각해집니다. 투자자들의 공포감이 커져 신용등급이 높은 회사채나 미국, 신흥국 시장 주식 같은 유동성이 좋은 자산까지 매도 공세에 휩쓸리면 글로벌 증시 전체가 거대한 충격에 휩싸이는 상황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전문가들은 최악의 경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일으켰던 미국의 ‘리먼브러더스 파산’ 같은 초대형 악재로 번질 소지도 있다고 경고합니다. 물론 국내 증시 역시 이 충격에서 자유롭기 어렵습니다.

전문가들은 연초 들어 연이어 사상 최고치를 돌파하며 승승장구하던 국내 증시가 최근 들어 급격히 조정 국면에 접어든 것 역시 그리스 재정위기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증대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합니다. 하지만 그리스 사태가 단기간에 해결될 만큼 그리 간단치 않다는 점이 또 다른 고민입니다. 정작 자구 노력에 박차를 가해야 할 그리스 의회가 아직까지 재정긴축 개혁안을 승인하지 않는 데다 노동계 총파업 등으로 국내 정세가 혼란스럽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여기다 추가 지원책을 둘러싸고 프랑스 독일 등 유럽 각국의 다양한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어 합의를 끌어내는 것 역시 쉽지 않아 보입니다.

그리스 사태의 단기적인 고비는 추가 구제금융 방안이 최종 결정될 24일 유럽연합(EU) 정상회의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국내의 많은 전문가는 그리스 사태 자체가 국내 증시까지 얼어붙게 할 만큼 최악의 시나리오로 갈 확률은 높지 않다고 전망합니다. 유럽 각국이 서로의 이해관계에 따라 대립하고 있긴 하지만 파국을 피해야 한다는 합의점이 있는 만큼 해결 방안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것이죠. 하지만 당장 이달을 무사히 넘긴다고 해도 근본적인 재정 건전화가 이뤄지지 않는 한 내년이면 또다시 그리스 국채 보유자의 대규모 손실과 금융시장 충격이 재연될 것으로 보입니다. 첩첩산중인 그리스 사태의 향방은 당분간 계속 주시해야 할 사안입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