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빈이 직접 뽑은 팬 3명에게 선물할 사인볼을 들고 기분 좋게 웃고 있다.
KIA 김선빈(22)은 2011년 프로야구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사고 있는 선수 중 한 명이다.
신체적 불리함에도 불구하고 국내 최고 유격수가 되기 위해 한 발 한 발 나아가고 있는 그의 모습에서 많은 사람들이 용기를 얻고 있다. 시즌 초반 한때 공격 6개 부문에서 1위를 달린 김선빈은 3할대 타율과 4할대 출루율, 20개 가까운 도루 등으로 여전히 공·수·주에서 제 몫 이상을 하고 있다.
그는 KIA에서 가장 열심히 훈련하는 선수다. 작은 체구가 주는 편견을 오직 땀 하나로 극복해왔다. 김선빈의 트위터 인터뷰를 알리자마자 수많은 질문이 이어졌다. 가장 주목할 부분은 ‘키’에 대한 질문을 쉽게 찾기 어려웠다는 점이다. 팬들도 이제 더 이상 프로필에 적힌 키가 아니라 차세대 한국야구를 대표할 유격수로 김선빈을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김선빈이 직접 뽑은 친필 사인볼(맥스스포츠 제공)의 당첨자는 @whitegalaxia, @kimhn0208, @cholinfx. 다음주 트위터 인터뷰의 주인공은 두산의 용병 에이스 니퍼트다.
-야구선수가 되지 않았다면 지금 어떤 모습이었을 것 같아요?(@whitegalaxia)
“제 나이를 생각하면 대학생이겠죠?(웃음) 프로선수가 되서 정말 자랑스럽고 행복하지만 대학생활은 어떤지 궁금하기도 해요. 만약 학생이 아니었다면 인터넷 쇼핑몰을 하고 있었을 것 같아요. 제가 옷에 조금 관심이 있어요. 일도 열심히 하고 여행도 많이 다녔을 것 같습니다.”
-김선빈에게 메시란? 그리고 ‘무등 메시’라는 별명은 마음에 드나요?(@fullbasey)
-원정경기도 함께 다니고, 팀이 가족 같을 것 같아요. 가장 엄마 같은 선배는 누구인가요? 잘 챙겨주고, 엄마 같은 애정이 담긴 잔소리도 해주는 그런 선배요.(@leez_hs)
“(나)지완이 형이죠. 정말 많이 챙겨줘요. 조언도 많이 해주고, 서로 장난도 진짜 많이 치고 그래요. 친형 같기도 하고, 질문처럼 엄마 같기도 하고.”
-고등학교 때 포지션이 투수라고 들었어요. 야수로 전향한 것을 후회한 적이 있나요?(@kannan78)
“딱 한 가지 이유로 후회가 되요. 뜬공을 잡지 못했을 때, 뜬공에 대해 약점을 느낄 때 그런 마음이 들어요. 투수를 했으면 뜬공 때문에 고민하지 않았을 텐데. 그런 생각을 종종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유격수잖아요. 빨리 극복해야죠.(김선빈은 화순고 2학년 때 투수로 청소년대표에 선발됐다. 최고 145km의 빠른 공을 던졌었다)”
-김선빈 선수가 201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과 2014년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선발되는 상상을 가끔 합니다. 성인대표팀으로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면 기분이 어떨 것 같아요. 그리고 안치홍 선수와 함께 대표팀에서 키스톤 콤비하면 진짜 좋을 것 같아요.(@aelee00)
“우와! 진짜 날아다닐 것 같아요. 말 그대로 대한민국 최고들이 모인 팀에 일원이 되는 거잖아요. 얼마나 기쁠까요. 많은 프로선수들 중에서 당당히 대표팀에 뽑힌다면 그라운드에 진짜 온 몸을 던질 것 같아요. 치홍이요? 저야 꼭 함께 가고 싶죠. 즐거운 상상, 그리고 꼭 이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제 스스로 생각하기에 아직 대표팀에 뽑히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아요. 유격수는 정말 수비가 더 중요한 포지션이잖아요. 많은 분들이 걱정하시는 것처럼 저는 뜬공에 아직 약점이 있습니다. 피하지 않고 내가 잡겠다고 달려들면서 이제 자신감은 붙었어요. 그래도 아직 완벽한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는 건 사실이에요. 꼭 극복하겠습니다.”
“동생은 승부욕이 정말 대단해요. 저도 지기 싫어하는 성격이지만 선현이는 저보다 훨씬 심해요. 제가 고등학교 3학년, 선현이가 중학교 3학년 때 달리기 내기를 한 적이 있어요. 당연히 제가 이겼는데, 1주일 동안 연습하더니 또 하자고 그러더군요. 그렇게 5번을 더 했어요. 나중에는 더 하기 싫어서 몰래 그냥 져줬어요. 그 정도로 승부욕이 강해요. 제게 앞으로 대표팀에 선발될 기회가 주어질지 모르지만 몇 년 후에는 군대를 가야하잖아요. 저 군대 갈 때 동생이 KIA에 왔으면 좋겠어요. 형제가 한 팀에 있으면 얼마나 좋아요. 다만 포지션이 같으니까, 군대 간 사이에 와서 열심히 경쟁해서 주전이 됐으면 좋겠네요.”
-무언가를 혹은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는 데에는 결정적인 순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선빈 선수가 야구를 시작하도록 만든 ‘그 순간’은 언제였나요?(@KNKNOKU)
“야구라는 운동이 너무 재미있어서 시작했지만 사실 중간에 포기했었어요. 고2 때 청소년대표에서 돌아온 후에 야구를 그만 뒀어요. 집안 사정이 굉장히 어려웠어요. 회비도 내지 못했고, 그런 상황에서 동생도 있고 해서 제가 야구를 그만두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사실 그 때는 제가 프로에 갈 수 있다는 스스로에 대한 확신도 없었기 때문에 야구를 그만두고 빨리 졸업해서 일을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한 달 정도 야구부에 나가지 않았죠. 팀에서 계속 다시 하자고 설득을 했어요. 저도 많이 고민했죠. 그리고 새로운 각오를 했어요. ‘그래 야구에 인생을 걸자’ 정말 열심히 했어요. 아버지께서 많이 미안해하셨는데, 지금 생각하면 제가 더 죄송해요.”
-‘연기는 현빈, 야구는 선빈’이라는 응원 피켓 보셨나요?ㅋㅋㅋ(@dyek388)
“신문 제목으로 처음 봤어요. 이건열 코치님이 웃으면서 보여주시더라고요. 진짜 유명한 스타라서 뭐라고 할까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사람끼리 비교된 것 같아서 미안하기도 하고 그랬어요.”
-김선빈 선수에게 이종범 선배는 어떤 존재인가요. 그리고 전성기 시절 이종범 선수에게 받고 싶은 능력을 딱 2가지 고른다면.(@18ran, @cholinfx)
“뭐라고 표현을 못하겠어요. 잠깐 기록만 봐도 정말 위대한 선수잖아요. 선배님이 ‘선빈아 꼭 50도루 해라’라고 말씀을 하신 적이 있는데, 생각해보니까 50도루는 정말 힘들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어떻게 80개 이상 도루를 하셨어요?’라고 물어봤죠. 대답은 ‘그 때는 한다면 무조건 했다’고 답하시더라고요. 존경한다는 말밖에는 뭐라고 표현할 방법이 없네요. 음, 전성기 때 선배님은 홈런도 30개 이상 기록한 시즌이 있었어요. 그 장타력, 그 파워를 받고 싶어요. 그리고 역시 유격수는 수비죠. 범위가 넓은 수비능력, 꼭 받고 싶어요.”
팬들이 묻고 선수들이 답하는 ‘트위터 인터뷰’ 다음차례는 두산의 외국인 투수 니퍼트 입니다.
정리 | 이경호 기자(트위터 @rushlkh ) rus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