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의학에서 약을 이용할 때는 그 약물의 특이한 성질을 이용한다. 그 편향된 성질을 약물의 편성(偏性)이라고 한다. 음식이나 약물이나 편성은 있다. 편성이 약한 것은 음식에 가깝고 편성이 강한 것은 약물로 분류된다.
독물은 위험하므로 이를 이용하는 방법을 충분히 교육받은 사람만 취급하는 것이 원칙이다. 현대에는 면허라는 제도가 있어서 독이라고 할 수도 있는 약을 다룰 수 있는 자격은 허가를 받도록 함으로써 국민 건강을 보호한다. 전문가가 독성을 갖고 있는 약을 처방하면 안전도가 높아진다는 믿음 때문이다.
독물을 부작용 없이 사용하기 위해서는 방제(方劑) 포제(포劑) 수치(修治)라는 과정을 거친다. 방제란 약재를 군신좌사(君臣佐使)로 나누어 약물이 너무 한쪽으로 치우치는 것을 견제한다든지 독성을 제어할 수 있는 약재를 병행 처방하는 것을 말한다. 군신좌사는 국정을 운영함에 있어 임금의 잘못된 판단을 바로잡아 줄 신하들을 비유한 말이다. 포제 또는 수치는 약물의 효능을 증강시키는 등의 목적으로 약재의 원상태에 여러 가지 조작을 하는 행위다. 불에 굽거나 볶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그동안 한약은 천연물이라 하여 비교적 부작용이 적다고 알려졌지만 대부분 독성이 포함됐다고 봐야 한다. 따라서 반드시 전문가의 처방에 따라 복용해야 할 것이다. 몸에 좋다고 아무 풀이나 끓여 먹어 오히려 건강을 해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겠다. 또 한약의 약리 작용은 현대 과학으로도 밝혀지고 있으므로 근거도 없이 한약이 무조건 해롭다는 논리에 귀 기울일 필요도 없다.
한진우 대한한의사협회 홍보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