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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경찰 독자적 내사땐 檢이 타깃 될수도

입력 | 2011-06-21 03:00:00

■ 경찰 수사개시권 효과는




‘나 지금 떨고 있니?’

법조계와 경찰 일각에서는 20일 경찰 수사개시권 명문화로 검찰이 앞으로는 자의적으로 사건을 무마하거나 종료하는 것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검찰은 그동안 검사 등 법조계 비리에 비교적 관대한 태도를 보였다. 경찰도 첩보를 입수해 내사하는 과정에서 수사지휘권을 가진 검찰이 개입하는 경우가 많아 소신껏 독자적인 조사를 하기 어려웠던 게 사실이다.

실제로 2003년 서울 용산경찰서는 “형사사건을 해결해 주겠다”며 윤락가 업주들에게서 수천만 원을 받아 챙긴 법조브로커 박모 씨를 수사하면서 현직 검사 20여 명과 통화한 기록을 확인하고 수사를 확대했다. 경찰은 박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박 씨가 돈을 건넨 검사들을 밝혀내기 위해 박 씨의 계좌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했다.

그러나 수사를 지휘한 서울서부지검은 두 차례나 영장을 기각했다. 결국 경찰 수사는 용두사미로 끝났고 법무부는 대검찰청 감찰에서 적발된 검사 4명 가운데 3명에게만 정직 등의 징계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이번 수사개시권 명문화를 통해 이론적으로는 경찰이 법조계 비리도 독자적으로 내사해 형사입건할 길이 열렸다고 볼 수 있다. 물론 법무부령 개정 절차가 남아 있긴 하지만 경찰이 그동안 명문 규정 없이 해왔던 내사에 대해 일단 법적 자율성을 보장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입건 직후부터는 검사의 지휘를 받아야 하지만 이전에 비하면 상당한 자율권을 인정받았다는 평가다.

검사의 지휘를 받지만 시작이 자유로워졌다는 점에서 일단 문서화해 올린 사건을 검사가 마음대로 처리할 수 없게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전에는 5급 이상 공무원에 대해서는 사전에 검사에게 보고하는 등 초기부터 검사의 지휘를 받았다. 또 검사나 판사, 법무부 공무원 등이 연루된 사건은 경찰이 내사하더라도 아예 검찰이 수사하도록 해 입건조차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검사의 구체적인 지휘사항은 별도의 법무부령으로 정하기로 했기 때문에 논의 과정에서 검찰이 법조계 비리 사건만큼은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지휘권을 행사하는 방향으로 정해질 가능성도 있다. 경찰 관계자는 “검찰이 경찰의 수사를 중지토록 하는 명령권 등이 규정된다면 경찰이 수사개시권을 갖는 것은 큰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경찰이 검사 비리에 대해서도 단독으로 형사입건할 권리가 명문화됐다는 점에서 검찰에 ‘심적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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