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욕의 명약들, 부작용으로 침몰했다가 ‘국민 치료제’로 각광
《명약이라 불리며 50년 이상 장수하는 약이 있는 반면 세상에 선보인 지 몇 년 지나지 않아 사라져 버리는 약도 있다. 치명적인 부작용 때문에 아예 사라지는 약들도 있지만 그러기엔 약효가 뛰어나 다른 용도로 쓰이기도 한다. 이 때문에 과거 사라졌던 약이 새롭게 조명을 받으며 거듭나기도 한다. 역사 속에서 명암을 달리하고 있는 약들을 알아봤다.》
○전문 소화제의 대명사 프레팔시드
프레팔시드 1990년대 최고의 소화제깵 과용 부작용 알려지며 중단. 심부전 등 부작용 걱정없는 ‘레졸로’로 거듭나 판매중
1990년대 가장 유행하던 소화제가 프레팔시드(성분명 시사프라이드). 기존의 소화제가 위산을 억제 중화시키거나 소화효소를 인위적으로 집어넣어 소화를 돕는 작용기전을 가지고 있었던 반면, 프레팔시드는 소화기관의 운동을 활성화해 소화를 돕는 새로운 기전의 약물이었다. 특히 소장 대장 운동을 활성화해주는 유일한 약이었다.
1999년엔 약 43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해 전문의약품 중 1위를 기록했다. 이 수량을 환산하면 1개월에 1000만 알 정도가 팔린 셈이다.
그러나 미국에서 과용량 복용으로 인한 사망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안전성 문제가 제기됐다. 이 약은 심부전을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적정량이 아닌 고용량을 복용했던 환자들이 부작용을 일으켜 사망으로 이어진 것. 프레팔시드는 결국 시장에서 철수했고 이 약을 판매하던 얀센은 이와 유사한 작용기전으로 개발 하던 모든 약의 연구개발을 중단했다.
○감기의 대명사 콘택 600
콘택600 12시간 약효로 유명깵 뇌졸증 논란 휘말려… PPA성분 대체한 ‘콘택골드’ 새로 발매
당시 콘택600 성분 중에서도 PPA가 포함돼 있었기 때문. 콘택600과 PPA가 포함된 화콜(중외제약), 지미코(대웅제약) 등 75개 업체의 감기약 167종이 판매를 중단했다. 하지만 2006년 9월 기존 PPA 성분을 염산 페닐에프린으로 대체한 ‘콘택골드’가 새로 발매됐다. 콘택골드는 말레인산 클로르페니라민, 벨라돈나 알칼로이드, 염산 페닐에프린 등의 복합 성분.
말레인산 클로르페니라민은 콧물 코막힘 재채기 등을 완화시켜 주고, 벨라돈나 알칼로이드는 콧물, 눈물의 과도한 분비 및 코막힘을 개선한다. 염산 페닐에프린은 국소혈관 수축작용으로 코막힘 증상에 효과를 나타낸다. 콘택골드도 기존 콘택600과 같이 약효를 나타내는 작은 알갱이가 들어있어 약효 성분이 빠르게 흡수되어 신속한 작용을 한다.
개인차가 있지만 임신부들은 임신 후 2주차부터 12주차까지 대략 10여주 동안 호르몬의 변화로 입덧을 하기 마련이다. 어떤 여성은 입덧이 너무 심해 거의 일상생활을 못하는 경우도 있다. 1960년대 신경안정제로 흔히 사용되던 탈리도마이드가 입덧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많은 임신부들이 이 약을 복용했다. 그런데 입덧이 나타나는 임신 4개월까지의 시간은 태아의 신체기관이 발달하는 기간이기도 하다.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른 뒤 이상한 사실이 관찰되기 시작했다. 후에 ‘탈리도마이드 베이비’라고 불리게 되는 기형아 출산이 급증한 것. 결국 1970년대 탈리도마이드는 치료 현장에서 사라지게 되고, 이 사건은 임신부가 약을 먹을 때 신중하도록 하는 인식의 계기를 마련했다.
그러나 이렇게 사라질 줄 알았던 약도 1990년대에 부활했다. 연구자들이 탈리도마이드의 항암제로서의 가능성을 발견한 것이다. 현재 탈리도마이드는 다발성 골수종과 같은 혈액암에 사용되고 있다.
암 환자가 임신을 하고 출산을 준비하는 경우는 희박하기 때문에 탈리도마이드가 태아의 기형을 유발한다는 사실은 항암제로서는 그리 문제가 되지 않았다. 국내에선 탈리도마이드의 경우 제약사인 세엘진코리아의 ‘위해관리센터’에서 관리하고 있으며, 임신부의 경우 의사의 진찰 후 처방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