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에 사는 정모 씨 등 4명은 2009년 초 필리핀에 서버를 둔 인터넷 불법도박사이트를 개설해서 1년간 운영했다. 그동안 회원 2800여 명을 모집해 바카라 게임을 비롯해 다양한 포커 도박판을 벌였는데, 오간 판돈만 2250억 원에 이른다. 정 씨 등이 회원들에게 도박용 사이버머니를 현금으로 바꿔주면서 챙긴 '환전 수수료 수입은 261억 원에 달했다.
이들은 생활정보지에 허위 대출광고를 게재한 뒤 대출신청인이 제시한 신분증이나 인감증명으로 '대포통장'을 30여개를 만든 뒤 벌어들인 돈을 넣고 빼면서 불법 자금을 세탁했다. 인출한 현금은 해외로 송금하거나 가족·친인척 명의로 부동산 등을 매입했다.
국세청은 이들에 대해 소득세와 부가가치세 등 274억 원을 추징하기로 하고, 모친과 배우자 등의 명의로 돼 있던 부동산 등 118억 원 상당 재산을 압류 조치했다.
이 가운데에는 사설복권 사이트를 운영해 챙긴 10억 원의 현금을 여의도 물류창고에 숨겼다가 적발된 임모 씨도 있다. 그는 또 수익금으로 서울 마포의 70평형대 아파트 등 부동산을 사들였다가 국세청으로부터 23억 원의 세금을 추징당했다.
국세청은 인터넷 불법도박사이트 운영자 등 변칙적 탈세를 일삼는 사업자를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탈세수익 및 은닉재산은 끝까지 추적 과세할 방침이다. 또 금융회사들이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보고하는 2000만 원 이상의 고액 현금거래 내역을 직접 열람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한편 국세청은 중국에서 인터넷 불법도박사이트를 운영하면서 거둬들인 110억 원을 전북 김제의 한 마늘밭에 파묻었다가 올 4월 경찰에 압류당한 이모 씨 형제에 대해서도 세금추징이 가능한지 검토 중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경찰이 파묻은 돈 전액을 몰수한 상태여서 세금 추징을 추진하더라도 더 거둬들일 돈이 있을지 모르겠다"며 "친인척 명의로 은닉한 재산이 더 없는지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씨 형제는 2008년 1월부터 2009년 11월까지 2년 가까이 도박사이트를 운영하면서 환전 수수료 등으로 약 170억 원을 벌어들인 뒤 매형인 이모 씨에게 수익금의 일부인 약 110억 원을 맡겼다. 매형 이 씨는 때마침 사들인 마늘밭에 돈을 파묻었고, 얼마 뒤 4억 원 가량을 빼돌렸다가 돈을 맡긴 이 씨 형제들의 추궁을 우려해 경찰에 허위 신고했다가 돈의 실체가 들통났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