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쇄신 없인 15대총선 참패 되풀이”
소장파들이 전면에 나선 한나라당과 달리 올해 말 전당대회에서 당권 도전을 위해 뛰고 있는 박지원 의원(69), 정대철 상임고문(67), 김태랑 전 의원(68) 등 상당수 예비 당권주자가 60대 후반이다. 40대는 이인영 최고위원 정도뿐이다. ‘젊음=개혁’이라는 등식이 반드시 성립하지는 않지만 과연 지금의 인물들로 내년 총선에서 흥행을 일으킬 수 있겠느냐는 고민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한 3선 의원은 21일 “선거는 구도의 싸움인데 여당이 강하게 꿈틀거리는 반면 야당이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한나라당이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을 치는 상황에서 우리 당도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큰코다칠 것”이라고 토로했다.
1995년 8월 1일 김영삼(YS) 당시 대통령의 측근인 서석재 총무처 장관이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의 4000억 원대 비자금 보유설을 제기해 연말까지 내내 비자금 정국에 끌려 다니다 이듬해엔 YS 측근인 장학로 대통령부속실장의 수뢰 사건이 터져 한층 궁지에 몰렸다. 이런 정치 상황을 발판으로 총선 전 새정치국민회의를 창당한 김대중(DJ) 총재는 ‘100석 확보’를 공언했다.
그러나 여당이라고 손놓고 있지는 않았다. 과감한 외부 수혈과 철저히 인물 경쟁력에 바탕을 둔 공천으로 돌파구를 찾았다. 당시 여당인 신한국당의 총선 공천 작업은 YS의 차남 김현철 씨(현 여의도연구소 부소장)가 주도했다. 선거 콘셉트는 ‘개혁과 세대교체’였다.
1996년 초 YS와 대립했던 이회창 전 국무총리를 영입한 것을 시작으로, 좌파 정당인 민중당에 몸담고 있던 이재오(현 특임장관) 김문수 씨(경기지사), 소장파 법조인 안상수 홍준표 씨(의원), 인기 앵커 맹형규 씨(행정안전부 장관)를 발탁했다. 기업인 출신의 전국구 의원인 이명박 의원도 서울 종로에 투입했다.
선거 결과는 야당에 끔찍했다. 신한국당은 수도권 압승을 발판으로 131석으로 제1당 자리를 확고히 지켰다. 여당이 수도권에서 승리한 것은 처음이었다. 반면 제1야당인 국민회의는 79석을 얻는 데 그쳤다. 특히 국민회의는 이종찬, 정대철, 한광옥, 조세형, 김덕규, 박실 씨 등 당의 간판 중진들이 대거 낙선했다. 당선자 79명 중 상당수는 신진 인사였다. 젊은 전문가 그룹의 추미애 정동영 정세균 천정배 김한길 씨, 그리고 재야의 대부였던 김근태 씨 등이었다. 당시 유권자들이 야당이 내건 ‘집권당 견제’보다 여당이 선도한 ‘세대교체’에 더 마음이 끌린 결과였다.
최근 민주당 개혁특위(위원장 천정배 최고위원)는 내년 대선과 총선에 출마할 대통령 후보와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를 ‘오픈 프라이머리(완전 국민경선)’로 선출하되 총선에 출마하는 지역위원장은 총선 6개월 전 사퇴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현역 의원의 기득권을 최대한 낮춰 신진 인사의 등용문을 넓히는 안전장치를 두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한 재선 의원은 “보수층의 응집력은 대단히 크다”며 “한나라당보다 훨씬 신선한 인사를 투입하지 않고서는 국민의 마음을 쉽사리 움직일 수 없다”고 말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