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한드를 넘어… 삼성 휴대전화 알람에 잠깨고 LG TV 보고…비비고에서 비빔밥 먹고 모나미 볼펜으로 수업 필기
우리말로 된 손팻말을 들고 나온 유럽 팬들이 한국 스타들의 무대를 바라보며 열광하고 있다. 동아일보DB
“너무 너무 멋져, 눈이 눈이 부셔, 숨을 못 쉬겠어, 떨리는 걸∼.” 우즈베키스탄의 수도 타슈켄트 동방대 2학년 베크조드 씨(20)는 한국 걸그룹 소녀시대의 ‘지(Gee)’로 하루를 시작한다. 휴대전화의 알람소리로 이 노래를 넣어놓았기 때문. 베크조드 씨는 식구들과 아침을 먹으며 ‘SAMSUNG’ TV로 드라마 ‘선덕여왕’을 본다. 현재 우즈베키스탄의 우즈베크, 요슈라르, 타슈켄트, 마르카즈 등 4개 국영TV는 한국 드라마를 경쟁적으로 내보내고 있다. 벽에 걸린 LG전자 에어컨에서는 식사 내내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한국 노래와 드라마를 좋아하면서 전자제품도 자연히 한국제를 선택하게 됐다.
베크조드 씨의 가방엔 모나미 볼펜, 노트 등 한국산 팬시용품이 가득하다. 오전 수업이 끝나면 고려인에게 한국어 과외 수업을 받는다. 한국어 말하기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서다. 그의 일상은 ‘메이드 인 코리아’ 상품으로 가득 차 있다.
이 같은 한류의 확산은 국가 이미지 제고와 나아가 한국 상품의 수출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롯데주류는 한류스타인 장근석을 모델로 내세워 올 상반기 일본에 2400만 캔의 막걸리를 수출했다. 목표 물량의 40%를 초과 달성한 것이다. CJ푸드빌은 드라마 ‘대장금’ 방영 이후 싱가포르에서 한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지난해 비빔밥 체인점인 ‘비비고’를 현지에 개점했다.
경쟁사보다 늦게 스마트폰 시장에 뛰어든 LG전자는 한류 스타 이민호를 광고모델로 기용해 싱가포르에서 점유율을 높이는 데 성공했다. 미주지역에 33개 매장을 가진 한국 식료품점 ‘H Mart’ 관계자는 “한류가 붐을 이룬 뒤 고객이 10% 정도 늘었다”고 밝혔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