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에서는 경제인이 기업 현안뿐 아니라 정치사회적 현안에 견해를 밝히는 일이 드물지 않다. 미국 GE의 잭 웰치, 일본 소니의 이데이 노부유키 전 회장의 말은 사회적으로 큰 영향을 미쳤다. 정부와 정치권, 언론과 국민도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전국경제인연합회장을 지낸 최종현 김우중 조석래 씨가 정부나 정치권을 비판했다가 홍역을 치른 한국과는 풍토가 다르다. 우리 기업인이 ‘요네쿠라 발언’ 수준의 비판을 하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이 어제 기자간담회에서 정치권의 포퓰리즘을 겨냥해 완곡하게 쓴소리를 했다. 그는 “면밀한 검토 없이 즉흥적으로 나온 반값 등록금 같은 정책들은 당장 듣기는 좋겠지만 그렇게 해서는 곤란하다”면서 “선거를 앞두고 쏟아지는 포퓰리즘성 정책에 대해 재계 의견을 제대로 내겠다”고 말했다. 정치권의 법인세 감세 철회 움직임에 대해서도 “기업이 재원이 많으면 고용창출과 투자를 많이 하게 되고 그것이 세계적 추세”라고 반박했다. 허 회장이 평소 말수가 적고 나서기를 싫어하는 점을 감안하면 꽤 작심한 발언이다.
권순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