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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홍권희]클린카드, 더티카드

입력 | 2011-06-22 20:00:00


공공기관들이 사용하는 ‘클린카드’라는 법인카드의 오른쪽엔 청홍의 태극 문양이, 왼쪽에는 괘의 일부가 그려져 있다. 카드를 긁으면 세금을 쓰는 것이므로 꼭 필요한 곳에 아껴 쓰라는 국민의 주문이 반영된 것이다. 공공기관들이 이른 곳은 2005년, 늦어도 2008년 도입한 클린카드는 유흥업소 같은 곳이나 개인적인 용도로 법인카드를 쓰지 못하게 했다. 나이트클럽에서 클린카드를 긁으면 ‘거래 제한 업종’이라는 메시지가 뜬다.

▷국민권익위 조사 결과 2009년 일부 공공기관의 클린카드 편법·탈법 사용 실태가 드러났다. 카드회사로 공문을 보내 골프장 노래방 등을 제한 업종에서 뺀 뒤 클린카드를 쓰거나 술집에서 자기들끼리 마시고 놀다가 회의를 했다고 보고한 경우도 있었다. 2009년이면 수협 직원들이 2년 8개월간 유흥업소에서 클린카드로 약 9억 원을 쓴 것으로 드러나 시끄러웠던 때였다. 이름만 그럴듯해 클린카드지, 온갖 편법을 동원해 술 냄새와 분 냄새가 어우러진 곳에서 쓰는 더티카드(dirty card)도 적지 않을 것이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지난해 1월 법인카드 모니터링 시스템을 가동했다. 감사용 컴퓨터프로그램인 ACL을 일부 수정해 금지 업종에서는 물론이고 주말이나 휴가 중 또는 업무와 무관하게 카드가 사용되면 감사팀 컴퓨터에 자동으로 뜨도록 해놓았다. 금지 업종은 정부가 권고한 단란주점 등 20종에 골프연습장 당구장 등 12종을 추가했다. 김세종 경영감사팀장은 “담당자가 소명하지 못하는 잘못된 카드 사용에 대해서는 회수 또는 징계 조치를 해 임직원들이 클린카드라면 잔뜩 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시 모니터링 시스템은 한국전력공사 코레일 등 일부 대형 공기업 위주로 도입됐다. 권익위는 이 시스템을 전 공공기관으로 확산시킬 계획이다. 시스템이 못 잡아내는 사례도 있다. 유흥업소에서 쓰고 식당 영수증을 받아 가거나 식당이나 마트 같은 곳에서 사용한 것처럼 ‘카드깡’을 하는 경우다. 일부 공공기관 직원들이 죄의식 없이 서로 눈을 감아주기 때문에 계속되는 비리다. 현장 밀착형 공직기강 감시로 국민세금으로 유흥을 즐기는 양심불량자들을 잡아내야 한다. 기관장의 부정 척결 의지는 물론 중요하다.

홍권희 논설위원 koni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