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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신각수]동일본 대지진 피해 현장 둘러보니

입력 | 2011-06-23 03:00:00


신각수 주일 대사

16, 17일 이틀간 일본 동북지방의 미야기(宮城) 이와테(巖手) 후쿠시마(福島) 현을 방문했다. 주일 대사로서 하루라도 빨리 전대미문의 재해를 당한 피해지역을 살펴봐야겠다는 생각에서 6월 10일 부임 직후 서둘러 현장을 찾았다. 현지 지사들을 만나 위로하고 한국 정부의 긴밀한 협조 의사를 전달하고 싶었다. 3개 현은 대지진으로 매우 큰 피해를 본 지역이다. 후쿠시마 현은 원전사고로 반경 20km 이내 모든 주민이 대피했다. 현재 사망 1만5457명, 행방불명 7676명, 피난민 약 12만 명에 이르고, 피해 복구에 16조∼25조 엔이 들 것이라니 피해 규모가 얼마나 큰지 짐작하게 된다.

사망과 행방불명이 6000명가량 발생한 이시노마키(石捲), 희생자가 1000명을 넘는 나토리(名取) 그리고 약 1300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가마이시(釜石) 등 피해 현장 3곳을 방문했다. 건물 해체작업이 한창인 가운데 곳곳에 쓰레기와 잔해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육지뿐만 아니라 연안에도 수십 년분의 쓰레기가 쌓여 항구와 해변 기능이 마비돼 있었다. 길거리에 방치된 부서진 자동차, 논과 밭에 널려 있는 배, 집터 흔적만 겨우 남은 거리를 보면서 폭격을 맞은 것보다 더 심하고 처참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현지에서 만난 지사와 시장들은 작업복 차림으로 복구에 전력을 쏟고 있었다. 한국을 좋아하고 막걸리를 즐긴다는 한 지사는 복구 완료 때까지 술을 끊었다고 한다. 본격적인 복구 및 부흥 작업에 나서는 주민들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세계가 함께한다는 사실일 것이다. 우리 국민은 사상 최고액인 900억 원을 모금했고 활발한 지원 활동을 펼쳤다. 가는 곳마다 한국의 따뜻한 지원에 깊이 감사하고 있는 일본인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어려울 때 이웃이 진정한 이웃’이라는 말처럼 우리 국민의 진심 어린 지원은 한일관계를 진정한 이웃관계로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간 나오토 총리는 올 5월 한일중 3국 정상회의를 계기로 ‘동북지역 부흥과 관광 지원을 위한 한일 파트너십’에 합의하였고, 양국 정부는 구체적 협력방안을 마련해 가고 있다. 일본 정부가 ‘열린 복구와 부흥’을 주창하고 있는 만큼 가장 가까운 이웃인 우리가 가능한 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일본 정부는 원전사고 초기 이웃 국가에 정보 제공이 부족했던 점을 인정하고 원전 안전 관련 한일 전문가 협의를 개최하고 수습 과정을 신속히 알려주는 등 우리와 긴밀히 협조하고 있다. 이는 향후 한일중 3국 간 원자력 안전에 관한 협력 체제를 구축하는 귀중한 밑거름이 될 것으로 본다.

재해 수습 과정에서 재일동포가 보여준 헌신적인 각종 지원 활동도 일본 사회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재일동포들은 민단을 중심으로 피해 동포들을 돕는 데 앞장섰을 뿐 아니라 일본 사회의 정당한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성실히 수행했다. 민단 간부들로부터 한국 정부와 국민이 진심으로 일본을 돕는 사실에 한국인으로서 긍지를 느꼈다는 말을 듣고 기뻤다. 한국이 피해 재일동포에게 성금을 지원한 것도 ‘조국의 존재’를 확인시켜 준 마음 든든한 일이었다고 그들은 말했다.

원전사고가 수습되고 피해 복구와 부흥이 본궤도에 오르려면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대재난 앞에서도 침착하게 대처한 일본 국민의 성숙한 자세에 비추어 볼 때 일본이 이른 시일 내 재난을 딛고 위기를 기회로 바꿀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전대미문의 대재난에 즈음하여, 우리가 진정한 마음의 교류를 통해 이웃나라와 ‘신뢰와 협력’의 파트너십을 구축해야 한다는 점을 절실히 확인한 1박 2일 강행군이었다.

신각수 주일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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