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 장내 아나운서로 유명했던 염철호 씨(76)가 마이크 앞에서 자주 하던 얘기가 있다. "체육관은 교실이 아닙니다. 마음껏 소리를 지르세요." 함성을 통한 스트레스 해소는 스포츠 관전의 묘미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테니스 코트는 다르다. 선수들의 랠리 도중에 관중석은 쥐죽은 듯 조용하며 화장실에 가고 싶어도 선수들이 코트를 바꿀 때만 이동이 가능하다.
빅토리아 아자렌카
세리나 윌리엄스(왼쪽), 마리야 샤라포바.
괴성은 어떤 효과가 있을까. 영국 브루넬대의 앨리슨 매코넬 교수는 "테니스 칠 때 괴성은 호흡과 관련이 있다. 임팩트에 앞서 숨을 들이마신 뒤 내뱉는 과정에서 에너지를 극대화시키면서 나오게 된다. 심리적 안정을 주며 파워 증대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팬들은 신음에 가까운 소리에 묘한 매력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셀레스는 1992년 윔블던 결승에서 슈테피 그라프와 맞붙어 패했는데 괴성을 지르는 데 제약을 받았던 걸 패인으로 꼽기도 했다.
윔블던에서 이런 논쟁이 되풀이되는 건 오랜 역사 속에서 여전히 흰색 운동복만을 고집하고 영국 왕실에 대한 예의를 주문하는 등 유달리 매너를 강조하기 때문이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