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에서 맹자는 ‘사람들은 모두 남을 차마 해치지 못하는 마음을 지니고 있다’고 인간 본성의 보편적 특성을 단언했다. 이것은 인간의 본성을 선하다고 여기는 性善說(성선설)의 핵심이다. 맹자는 인간의 본성을 이렇게 말하여, 그 아래에서 논하게 될 왕도정치론의 본질을 摘示(적시)했다.
조선의 朴世堂(박세당)은 이렇게 풀이했다. 맹자는 不忍人之心이 결코 여러 사람에게는 없고 옛 임금만 홀로 이것을 지닌 것이 아니라 옛 임금은 이것을 잘 미루었으나 여러 사람은 그렇게 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말했다. 그리고 맹자는 사람들로 하여금 모두 다 같이 이 마음을 지니고 있음을 자각해서 이것을 잘 미루어 넓혀야 한다고 가르치고, 만일 사람들이 자신은 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 그것은 자기 자신을 해칠 뿐만 아니라 그의 군주도 해치게 된다는 점을 알게 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인간의 본성은 선한가, 악한가, 백지 상태인가, 그것은 알 수가 없다. 다만 사람이라면 누구나 남을 차마 해치지 못하는 마음을 지녔다고 여기는 관념은 인간의 도덕적 자율성을 인정하고 생명의 연대의식을 싹트게 하는 희망 가득한 주장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