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효 없고 도민 피로감 쌓여”국민연금 기금본부 동반이전, 대규모 국가산단 조성 등 요구
정부의 한국토지주택공사(LH) 경남 일괄이전 결정에 반발해 청와대 앞 항의 시위와 혁신도시 반납을 선언했던 전북도가 사실상 투쟁을 접고 정부와 대화에 나서는 등 실리 추구로 기조를 전환했다.
전북도의 태도 변화는 정부에 계속 요구해온 사과나 대통령 면담 등이 이루어지지 않는 데다 행정력 낭비는 물론이고 도민들의 ‘LH 피로감’이 쌓여 가기 때문이다. 이쯤에서 LH 유치 실패에 따른 책임론이 장기화되는 것을 차단해야 한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완주 도지사와 김춘진 최규성 의원 등은 정부의 LH 경남 이전 결정이 난 지 한 달여 만인 22일 김황식 국무총리를 면담하고 요구 사항을 전달했다.
전북도는 혁신도시 반납이나 매주 수요일 청와대 앞 항의 시위, 일괄이전 무효화 법적 투쟁 등은 모두 접기로 했다. 전북혁신도시로 이전하는 농업진흥청 등 5개 기관의 신청사도 7월에 착공토록 하는 등 혁신도시 관련 행정절차를 정상화하기로 했다. 정부를 규탄하는 도내 곳곳의 현수막을 모두 철거하고 LH와 빅딜설이 나돌았던 삼성그룹 유치 환영 현수막도 내리기로 했다.
전북도는 국민연금관리공단 조직 가운데 서울에 남기로 했던 기금운용본부도 전주로 옮기도록 요구해 LH에 버금가는 인원을 확보하고 대규모 국가산단(200만 평)을 조성해 부족한 지방세수를 메울 계획이다. 애초 LH가 오기로 했던 땅에 프로야구 전용구장이나 컨벤션센터를 신축해 공백을 채우는 한편 새만금 개발을 앞당기고 체계적으로 추진할 새만금 개발청 신설과 특별회계 설치를 요구했다.
정부는 법률 개정과 많은 예산이 필요한 새만금 개발청과 특별회계 설치 등에 대해 당장 수용하기는 어렵지만 측면 지원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전북도의 요구안이 새로운 것이 없는 데다 정부도 대책을 명시적으로 밝히지 않아 도민의 상실감이나 충격을 달래기에는 부족하다는 시각도 만만찮다.
한편 전북도는 지난해부터 LH 유치를 위해 궐기대회와 플래카드 제작, 홍보캠페인 등에 7억여 원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