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이 발발 61주년을 앞두고 사회에서 다양한 문화적 역사적 조명을 받고 있다. 미국에서는 6·25전쟁 중 가장 치열했던 장진호 전투를 다룬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혹한의 17일(17 Days of Winter)’의 촬영 준비가 한창이다. 국립극장에서는 6·25전쟁 때 남자는 죽거나 떠나버린 산골 과부마을을 배경으로 한 차범석의 연극 ‘산불’이 다시 무대에 올랐다. 한때 반공극(反共劇)으로 폄하되기도 했지만 인간 애욕을 세밀히 묘사한 사실주의의 교과서적 연극으로 새롭게 평가받고 있다. 소설가 복거일이 각본을 쓰고 연출한 영어 뮤지컬 ‘장진호 전투’도 공연되고 있다. 6·25의 문화적 기념은 전후세대가 전쟁의 비극을 가슴으로 느끼게 하는 의미도 크다.
학계에서는 6·25전쟁 연구자 박명림 연세대 교수가 최근 ‘역사와 지식과 사회-한국전쟁의 이해와 한국사회’란 책을 냈다. 박 교수는 이 책에서 6·25가 남침인지 북침인지 얼버무린 미국 역사학자 브루스 커밍스를 비판했다. 한때 커밍스에 심취했던 박 교수는 “6·25가 남침이냐 북침이냐는 보수냐 진보냐의 문제가 아니라 사실의 문제”라며 “1990년대 소련 중국의 문서자료가 발굴 공개되면서 6·25가 남침임이 명백해졌다”고 밝혔다. 학계에서야 새로울 것도 없는 얘기지만 진보성향의 학자들로부터 이런 말을 좀처럼 들어보지 못했던 터라 박 교수의 솔직함이 돋보였다.
이른바 진보로 포장한 일부 세력은 여전히 ‘남침인지 북침인지 모르겠다’ ‘내전이다’ 운운하며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일부 교사는 학생들에게 왜곡된 6·25 전쟁관(觀)을 심어주기까지 한다. 우리 민족에게 씻을 수 없는 죄악을 저지른 김정일 집단을 두둔하는 세력이 버젓이 활개치고 있음은 안타까운 일이다. 6·25는 미국의 남북전쟁 같은 내전이 아니라 스탈린의 지원과 마오쩌둥(毛澤東)의 동의하에 북한 김일성이 저지른 국제전 성격의 남침 전쟁이라는 사실이 사료로 명백해진 지 이미 오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