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국후 제2전성기 맞은 이병규-이범호 ‘내가 겪은 日야구’

이렇게 잘 치는 선수가 왜 일본 프로야구에선 2군을 오르내렸을까. 주니치에서 2년간 주전으로 활약했던 그는 3년째인 2009년엔 1군에서 28경기밖에 출전하지 못했다. 성적도 타율 0.218에 3홈런, 8타점뿐이었다.
올해 일본 프로야구 소프트뱅크에서 KIA로 돌아온 이범호(30)도 마찬가지다. 일본에서 2군 선수였던 그는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타율 4위(0.326), 홈런 공동 3위(13개), 타점 2위(55개)의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이들이 몸소 경험한 일본 야구, 특히 일본 투수들의 수준은 생각 이상이었다.
이병규는 “일본 투수들은 내가 못 치는 공만 집요하게 던졌다”고 했다. 처음 일본에 건너가 시범경기를 치를 때 상대 투수들은 한번 쳐보라는 식으로 공을 던졌다. 그러나 정규 시즌에 들어가자 이곳저곳을 던지면서 약점을 찾아냈다. 그렇게 한 순번을 돈 뒤부터는 본격적으로 약점으로 분석된 코스로만 공을 던졌다는 것이다.
이병규는 “한국에도 류현진(한화)이나 김광현(SK) 같은 좋은 투수들이 있지만 일본 투수들의 정교함은 혀를 내두를 정도다. 제구력이 워낙 좋아 실투가 거의 없다. 또 TV에선 평범하게 보일지 몰라도 종속(공이 포수의 미트에 들어갈 때의 속도)이 좋아 방망이가 밀리기 일쑤였다”고 말했다.
이범호도 비슷한 반응이었다. 그는 “한국 선수들은 포크볼에 고전했다. 나도 타석에 들어가기 전엔 포크볼에 속지 말자고 다짐을 했다. 하지만 막상 타석에 서서 날아오는 공을 보면 영락없는 직구인데 방망이를 휘두르면 눈앞에서 뚝 떨어졌다. 그런 포크볼을 5개 연속으로 던진다. 그것도 공 한 개씩 차이로 제구를 한다”고 털어놓았다. 이병규는 “올림픽이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같은 단기전에서는 상대를 서로 모르기 때문에 이길 수도, 질 수도 있다. 하지만 한 시즌을 치를 경우 차원이 달라진다”고 했다.
○ 이대호는 통할까
그렇다면 지난해 타격 7관왕에 오른 자타 공인 한국 최고의 타자 이대호(롯데)는 일본에서 통할까. 이대호는 힘과 정교함을 동시에 갖춘 몇 안 되는 타자로 평가받고 있다. 이병규는 “성공과 실패를 미리 말하는 건 의미가 없다. 다만 타석에서의 위압감이 중요하다. 투수가 타자를 무서워해야 실투가 나온다. 승엽이가 2006년 41홈런을 칠 수 있었던 것도 투수들이 승엽이를 두려워하며 상대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