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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택배기사’된 李대통령, 제도보완 지시하며 관계장관들 질타

입력 | 2011-06-24 03:00:00

MB “정부가 이해단체에 질질 끌려다녀서야”




23일 오전 8시 5평 남짓한 서울 마포구 한진택배터미널 사무실. 점퍼 차림의 이명박 대통령이 10여 명의 택배기사와 마주 앉았다.

“기름값은 오르는데 택배비는 너무 싸다” “주정차 단속 벌금만 한 달에 20만 원 정도 나온다” “택배 차량을 밤샘 주차한다고 딱지(범칙금 스티커)가 날아온다”…. 택배기사들의 조심스러운 발언이 이어졌다.

이 자리는 고용복지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인 택배기사들의 애로 사항을 이 대통령이 직접 들어보자는 취지로 마련된 것. 한 택배기사가 이달 초 청와대 신문고에 고충을 토로하는 글을 올린 것을 계기로 청와대는 제91차 국민경제대책회의를 이들의 작업 현장에서 간담회 형식으로 진행했다.

이 대통령은 고개를 끄덕이며 택배기사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진행자가 발언권을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에게 넘기려 하자 이를 가로막으며 현장의 목소리를 더 주문하기도 했다.

이에 고무된 택배기사들의 솔직한 토로가 계속 이어지자 이 대통령은 “주택가에 밤샘 주차가 안 되는 이유가 무엇이냐” “택배 운송비 단가는 어떻게 결정되느냐” 등을 물었다. 그러면서 “오늘 택배산업의 전반적인 구조를 알게 됐다”며 “택배가 최근에야 본격화되면서 산업이 되다시피 한 만큼 이제는 (현장의 문제점에 대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며 옆에 선 관계 부처 장관들에게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간담회 도중 “정부가 이해단체에 이리저리 질질 끌려 다니고 매일 검토만 하다 시간을 다 보낸다”고 했다. 택배사업 규모가 성장했는데도 이에 맞는 법 체제가 정비되지 않은 점을 지적한 것이다. 이어 “정부가 이런 식으로 하면 일을 안 하는 것과 같다”며 “여기 가면 이렇게, 저기서 하면 저렇게 검토하고 장관 바뀌면 새로 시작하는 식으로 하니 되는 것도 안 되는 것도 없다”고 질책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