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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마당]검찰-경찰 수사권 조정

입력 | 2011-06-24 03:00:00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을 골자로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놓고 여진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검찰이 경찰에 대한 수사 지휘권을 보유하되 경찰도 자체적인 수사 개시권을 갖는 내용으로 합의가 이뤄졌으나 일부 문구와 내용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경찰의 수사권과 검찰의 지휘권에 대한 시각이 서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검찰 쪽에서는 경찰에게 부여되는 수사권을 수사 담당 경찰관에게만 주자는 주장이, 경찰 쪽에서는 수사 전 단계에 걸친 검찰의 경찰 지휘와 관련해 검찰권 비대화에 대한 우려가 나옵니다. 양측의 의견을 들어봤습니다.》

한부환 변호사 전 법무부 차관



경찰 수사권 남용 대비책 있나
수사 담당 경찰관에게만 부여해야… 통제방안도 마련 필요


경찰의 수사개시권을 명문화하고 검찰의 수사지휘권도 명시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추진된다고 한다. 경찰관 전체에 대한 수사개시권을 명문화하는 의미와 효과를 가볍게 본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든다.

경찰의 기능은 다양하다. 경찰법에는 국민의 생명 신체 및 재산의 보호와 범죄의 예방 진압 및 수사, 치안정보 수집, 교통 단속, 기타 공공의 안녕과 질서 유지를 국가경찰의 임무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후적인 범죄 수사뿐만 아니라 사전적인 범죄 예방, 진압, 교통 등 방대한 업무를 담당한다. 경찰은 임무 수행을 위해 무력을 가진 군대와 유사한 무장조직이며, 치안정보를 수집하는 방대한 조직과 기능을 갖추고 있다. 경찰조직의 힘은 막강하다. 이번 사법개혁 논의에서 표의 수를 거론하며 국회의원을 압박하고 국회에서 시위성 공청회를 여는 현실에서도 잘 나타난다.

현행 형사소송법에 검사가 수사지휘를 한다고 돼 있다. 이는 검사가 수사의 주체임을 명시한 것이다. 그러나 건국 이래 내려온 검사의 일반적 지휘 관행과 사법경찰관 집무 규칙, 경찰법에 규정된 ‘수사’ 임무 규정에 의해 사법경찰관의 수사개시권은 인정돼 있고, 다만 검사의 지휘하에 있음을 전제로 경찰의 수사권 남용을 억제하고 있다.

어떤 사항이 법조문으로 현실화되면 입법 당시 의도와는 다른 힘을 발휘한다. 영장실질심사제도를 검찰과 법원이 합의할 때 법원 측은 영장실질심사의 필요성을 주장하면서 실질심사 비율이 10% 정도밖에 안 될 것이라고 했으나 입법화되자 거의 100%가 됐다. 어떤 개념을 제도화할 때 막상 법조문화하면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이 전개되고 입법 당시 의도하지 않았던 의외의 방향으로 발전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보도와 같이 형사소송법이 개정된다면 각 경찰관에게 형사소송법이 보장하는 수사개시권이 있기 때문에 경찰조직 자체에서도 그 수사를 통제하기 어려울 수 있다. 검사의 수사권 조항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기에 검찰총장의 직무이전권이나 직무승계권 조항을 두어 수사통제권을 행사하고 있다. 그런데 경찰의 경우 구체적 통제방안이 제시돼 있지 않다.

사법경찰은 수사권을 행사하는 정말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므로 사법경찰관에게 범죄수사 개시권을 부여하려고 한다면 경찰관 중 수사를 전문으로 하는 수사 담당 경찰관에게만 부여하여야 할 것이다. 경찰관 13만여 명 중 실제로 범죄 수사를 담당하는 수사 경찰관은 1만 명 정도이고, 나머지 경찰관은 범죄수사에 문외한인 사람이 많다.

또한 일반 경찰관 중 범죄수사를 담당하는 사법경찰관을 지명하는 제도를 별도로 만들어야 한다. 프랑스의 경우 사법경찰관은 해당 지역 고등검찰청 검사장이 지명하는 제도를 채용하고 있다. 우리가 눈여겨볼 사항이다. 경찰이 국민 위에 군림하는 조직이 되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한부환 변호사 전 법무부 차관


▼검찰 지휘권 권력 비대화 우려▼
견제세력 없어 문제… 외국처럼 기소-공소 유지 주력해야


김화남 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 초빙교수, 전 경찰청장

이번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는 당사자 모두에게 충분하지는 않지만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조정 과정에서 문제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한 채 이른바 ‘밥그릇 싸움’으로 국민에게 비치는 데 대해 안타까운 심정이다.

영미법계를 대표하는 영국과 미국의 경우 수사 주체는 경찰이고, 검사는 소추관(訴追官·기소와 공소 유지) 역할을 주로 하고 경찰 수사에 대한 지휘권이 없으므로 우리의 법체계와는 다르다.

프랑스와 독일의 경우 검찰 조직에 검사의 수사를 보좌할 수사 인력도 없고 수사에 필요한 감식기관도 없다. 실제 수사는 사법경찰이 수행한다. 그래서 독일 검찰을 ‘팔 없는 머리(Kopf ohne H¨ande)’라고 지칭하기도 한다.

일본의 검사는 독자적으로 수사권을 가지고 수사를 수행하지만 독자 수사의 영역은 정치적 중립성이나 고도의 법률 지식이 요구되는 사건에 한정한다. 경찰이 1차적 수사기관, 검찰은 2차적 수사기관인 것이다. 검사와 사법경찰의 관계는 상호협력관계이며 사법경찰에 대한 지휘권이 있으나 경찰의 구체적인 개별사건 수사의 진행 과정에 직접적으로 관여할 수 없다. 또한 일본 경찰은 대인적 대물적 영장을 검찰을 경유하지 않고 직접 법원에 청구할 권한을 가지므로 검찰의 통제를 받지 않고 있다.

그러나 한국 검찰은 헌법과 형사소송법, 기타 특별법 등 다양한 규칙을 제정하여 사법경찰에게 검사 명령에 대한 복종의무, 교체, 임용, 해임권, 징계요구권, 명령을 준수치 않을 경우 형법상 처벌 규정을 두고 있다. 또 수사의 전 과정에 단계별로 검사에게 각종 사항을 보고, 서면 건의, 승인 등을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검경 수사권 조정을 비롯한 형사소송법 개정은 다음과 같은 사안들이 검토되어야 한다.

첫째, 검찰권의 비대화 문제이다. 검찰은 모든 수사기관의 수사 절차를 장악하고 배타적 독자적 소추권을 보유하고 있으나 이에 대한 통제장치가 없다. 더욱이 검찰의 비위에 대하여 수사할 수 있는 기관은 검찰 자신밖에 없다. 이것은 견제와 균형이라는 법치주의 원리에도 어긋난다.

둘째, 검찰의 지나친 수사기관화로 검사 본래의 직분인 공소관으로서의 객관성과 중립성이 훼손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보완책이 강구되어야 한다.

셋째, 피고인의 방어권 훼손 문제이다. 현 우리나라 수사체제에서 피고인은 방대한 조직의 힘을 갖고 있는 검사를 상대로 싸우기에는 역부족이다. 따라서 현대 형소법이 추구하고 있는 원고와 피고인 간의 ‘무기 대등의 원칙’이나 ‘당사자주의 원칙’ 등도 따져 억울한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제도적 보완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여러 사안을 면밀히 살펴 수사 주체 간의 ‘견제와 균형’ 및 피고인의 방어권, 검사의 본래 책무인 공소관으로서 중립성이 훼손되지 않는 방향에서 다뤄져야 한다.

김화남 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 초빙교수, 전 경찰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