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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등록금 인하 대책 발표]당정청 ‘등록금 불협화음’

입력 | 2011-06-24 03:00:00

靑 “사전조율 없었다”… 與 발표강행에 부랴부랴 당정청 회의




설익은 발표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23일 국회 정론관에서 대학등록금 완화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두아 원내대변인, 임해규 정책위부의장, 황 원내대표, 이주영 정책위의장.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한나라당이 우여곡절 끝에 23일 대학등록금 완화 방안을 발표했다. 황우여 원내대표가 지난달 22일 등록금 이슈를 공식 제기한 지 한 달여 만이다. 그러나 정작 등록금 인하의 열쇠를 쥐고 있는 청와대와 정부는 떨떠름한 표정이다. 이날 청와대 관계자는 “청와대는 물론이고 정부와 완전히 합의한 내용이 아니다”라며 정부 여당의 최종안이 아니라고 밝혔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도 “일단 한나라당의 발표를 지켜보겠다”며 말을 아꼈다.

일각에서는 한나라당이 정부와의 합의를 건너뛴 채 ‘국민과의 약속’을 명분으로 성급하게 등록금 대책을 발표해 오히려 사회적 혼란만 부추긴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황 원내대표, 김황식 국무총리, 임태희 대통령실장 등은 이날 오후 늦게 청와대 서별관에서 고위 당정청 8인 회동을 하고 한나라당의 등록금 대책 발표 이후 후속대책을 논의했다. 황 원내대표는 “발표를 하루 이틀 늦춰봐야 주말에 하는 것인데 오히려 혼선을 더 부추길 수 있다. 영수회담과도 얽힌다. 그래서 계획대로 한 것이다”라며 정부의 이해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채민 국무총리실장은 회동 후 브리핑에서 “한나라당이 이날 발표한 대책의 배경과 방향에 공감하며 다만 정부가 더 구체적인 대책을 수립해 당과 협의해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로선 어떻게 하든 등록금을 완화해야 한다는 방향에 동의한다. 단계적으로 인하한다는, 당이 제시한 방향은 좋다. 하지만 구체적인 방법이나 숫자는 따져보자고 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한나라당이 정부와 최종 합의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등록금 방안을 발표한 것을 놓고 논란이 벌어졌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한편 이날 당정청 회의에도 이재오 특임장관은 참석하지 않았다.

○ 황우여의 등록금 드라이브


한나라당은 일단 발표하기로 예고했던 날짜에 맞춰 등록금 대책을 내놓은 것에 의미를 부여했다. 한나라당은 당초 21일에 발표하기로 했으나 조율이 마무리되지 않아 23일로 연기했다. 황 원내대표는 기자회견에서 “6월까지 등록금 대책안을 만들지 않으면 교육과학기술부가 내년 예산을 짤 수 없다”며 “23일 발표하겠다는 말을 수차례 해왔는데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더는 지체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달 22일 등록금 이슈를 공식 제기한 뒤 한 달 만에 1차 대책을 발표한 황 원내대표는 전날 밤까지 재정부 교과부 고위 관계자들에게 등록금 대책의 필요성을 집요하게 설득했다는 후문이다. 정의화 당 비상대책위원장 등 일부 중진은 여전히 ‘황우여 식 등록금 대책’에 비판적이지만 이날 의원총회에서 등록금 대책이 추인된 만큼 당내 비판은 일단 잦아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청와대와 정부가 “합의하지 않았다”며 이례적으로 여당의 정책에 선을 긋고 나선 상황이어서 ‘대학생들의 촛불시위 여론에 밀려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대책을 성급하게 내놓는 무리수를 둔 것 아니냐’는 비판론이 잠복해 있다. 등록금 대책을 실무적으로 주도한 임해규 정책위부의장도 “대학생들은 연일 시위를 해왔는데 장마가 와 주춤하긴 하지만 언제 폭발할지 모른다”고 말해 발표 지체에 따른 여론 악화를 고려했음을 시사했다.

황 원내대표는 “모두가 찬성하는 안은 불가능하다. 일단 논의 테이블에 올릴 안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당 관계자는 “황 원내대표가 항상 웃고 다니지만 보기와 달리 뚝심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청와대, “당을 이해하지만 아쉽다”


청와대는 한마디로 골치 아프다는 표정이다. 정부와의 충분한 조율 없이 발표된 정책이 제대로 실효성을 보장할 수 있겠느냐는 시각이다. 정치적으로는 당장 이명박 대통령과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청와대 회담의 핵심 의제 중 하나가 등록금 인하 방안인 만큼 손 대표 측이 반발할 것이 뻔하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22일 밤늦게까지 등록금 대책 발표를 늦춰 달라고 한나라당 측에 요청했다는 후문이다.

실제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한나라당의 등록금 발표에 대해 “(한나라당 지도부가) 야당 대표나 (청와대의) 상황도 생각해줬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다”고 말했다. 김두우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도 “당 발표 내용은 (청와대와) 사전 조율은 하지 않았고 정부 내에서도 최종 합의가 없었다. 재정부와 교과부가 견해차를 조율하는 데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한나라당의 오늘 발표는 (정당으로서는) 너무나 당연한 결정이었고, 충분히 이해가 간다”며 여당과 이 문제로 대립하는 모양새를 피했다.

○ 재정부, “좀 더 협의 필요…”


재정부는 대학 지원의 필요성과 지원 원칙에 대한 큰 틀의 합의는 이뤄졌지만 지원 규모는 좀 더 논의해야 한다는 태도다. 재정부는 추가 당정협의를 통해 9월까지 등록금 지원 예산을 확정해 내년 예산안에 포함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방문규 대변인은 “최종적인 (재정 관련) 숫자는 구체적 세부 방안이 협의돼야 확정될 수 있고 아직 합의된 것이 아니다”라며 “한나라당의 발표는 현재 논의되고 있는 규모를 말한 것 같다. 아직 협의할 사항이 많다”고 말했다. 다만 ‘재정부가 한나라당의 제안을 거부한 것이냐’는 질문에는 “대학등록금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는 원칙, 대학의 자구 노력과 구조조정의 필요성 등 큰 틀에서 인식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박재완 장관도 이날 오후 기자와 만나 “일단 한나라당의 발표 내용을 지켜보려 한다”며 등록금 대책에 대해 당정 간 이견이 있음을 감추지 않았다. 특히 1조5000억 원의 재정 투입 계획에 대해 “숫자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되거나 합의된 게 없다”고 말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