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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루이뷔통 스페셜 오더 한 사람만을 위해 만든다

입력 | 2011-06-24 03:00:00

명품 VVIP마케팅
주문 제작 체험해보니




서울 강남구 청담동 루이뷔통 플래그십 스토어에 있는 스페셜 오더 공간에서 허지은 점장(뒤쪽)이 루이뷔통코리아 관계자와 함께 루이뷔통의 ‘몽 모노그램’ 서비스를 받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자신만의 스트라이프와 이니셜을 새겨 넣을 수 있는 루이뷔통의 ‘몽 모노그램’ 서비스를 통하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자신만의 가방을 가질  수 있다. 루이뷔통코리아 제공

‘오브제 프티 아(Objet petit a).’

프랑스 정신분석학자 자크 라캉은 욕망을 이렇게 표현했다. 직역하면 ‘(자신이 원하는) 작은 상(像)’이라는 뜻으로 인간이 삶을 살아갈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라고 했다. 인간은 항상 이걸 추구하는데 만족을 못하니까 이를 얻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는 것이다.

루이뷔통, 살바토레 페라가모, 프라다…. 장인의 손길을 거친 최고의 제품은 욕망의 반영이다. 쉽게 가질 수 없는 이들 명품은 닿을 듯 말 듯한 거리에서 소유욕을 자극한다. 거리의 루이뷔통 가방은 사람들의 욕망을 끌어내 매장으로 이끈다.

하지만 누구나 아무렇지도 않게 손에 넣을 수 있다면 더는 명품이 아니다. 욕망이 끝난 지점에서 사람들은 다시 동경을 시작한다. 대중화된 명품은 또 다른 욕망을 낳는다. 평범하지 않은 서비스와 나만을 위한 제품. 고객의 욕망에 맞춰 명품 업체들은 단순히 제품을 파는 데에서 나아가 각종 VIP용 서비스를 선보이며 그들의 욕망을 따라간다.

이 업체들의 특별한 서비스는 단순히 제품을 파는 과정이 아니다. 매장을 찾은 이들은 그곳에서 시간과 공간이 오롯이 자신만을 위해 존재하는 듯한 착각을 느낀다. 그 특별한 서비스를 직접 체험해 봤다.

17일 찾은 서울 강남구 청담동 루이뷔통 플래그십 스토어. 매장에 들어서자 루이뷔통코리아 관계자는 주문 제작 상담을 할 수 있는 지하 1층 스페셜 오더 코너로 안내했다. 각종 디자인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컴퓨터와 다양한 책자, 샘플 등이 놓여 있는 곳이다.

15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세계 최고 트렁크 메이커로서의 자부심을 지켜온 브랜드답게 루이뷔통은 고객이 원하는 맞춤형 트렁크를 제작해주는 ‘스페셜 오더’ 서비스와 이니셜 및 스트라이프를 가방에 새겨주는 ‘몽 모노그램’ 등 각종 서비스를 펼치고 있다.

특히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100% 수작업으로 만들어주는 스페셜 오더는 루이뷔통이 자랑하는 서비스다. 스페셜 오더는 기존에 판매되는 제품을 토대로 고객이 요청하는 소재 등으로 외형 등을 보완해 제작해주는 ‘메이드 투 오더’와 고객이 디자인부터 소재, 용도까지 모든 것을 결정하는 ‘커스텀 메이드’ 등 두 가지로 나뉜다. 루이뷔통 ‘버킷’ 가방의 경우 국내 매장에서는 모노그램 가방만 살 수 있지만 메이드 투 오더를 통해 ‘다미에’나 ‘에피’ ‘VVT’ 등의 소재를 선택해 매장에서는 볼 수 없는 자신만의 가방을 만들 수 있다.

커스텀 메이드는 아예 처음부터 고객이 원하는 대로 가방을 만든다. 와인 케이스부터 바이올린 보관 트렁크까지 모든 것이 가능하다. 샤넬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는 이를 통해 아이팟 케이스를 제작했고, 배우 이미연 씨는 시계 케이스를 주문했다.



페라가모, 귀족 모시듯 특별한 대접
프라다 “장인정신을 팝니다”


프라다의 전통적인 소재인 ‘사피아노 가죽’으로 만든 프라다 가방. 프라다는 2005년부터 사피아노 가죽을 이용해 고객들이 원하는 디자인의 가방을 만들어주는 특별한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프라다코리아 제공

대만출신 미국 영화감독 이안 씨가 페라가모의 ‘트라메짜’ 서비스를 받으며 발 치수를 재고 있다. 트라메짜는 구두의 자존심 페라가모가 자랑하는 남성 구두 맞춤 서비스다. 페라가모코리아 제공

노트북 가방을 직접 주문해 보고 싶다고 하자 이 매장 허지은 점장은 프랑스에서 가져온 ‘스페셜 오더 키트’를 꺼내 예전에 다른 고객들이 주문했던 샘플 사진을 보여줬다. 동시에 매장에서 파는 ‘스티브’ ‘쿠페르티노’ ‘오데사’ 등 세 종류의 노트북용 가방을 가져왔다. 기본이 되는 디자인을 고르기 위해서다.

펜과 휴대전화, 서류 등을 넣을 수 있는 ‘스티브’ 가방을 기본 모델로 정했다. 그 뒤에는 모든 게 주문하는 사람 마음이다. 우선 종이에 스티브 모델을 토대로 노트북 가방의 대략적인 형태를 그린 뒤 디자인을 바꿨다. 필요 없는 카드 수납공간은 없애고 그 자리에 수첩을 넣을 수 있게 했다. 밑부분에는 카메라를 넣을 수 있는 지퍼 달린 수납공간을 추가했다. 겉 소재는 험하게 다뤄도 안전한 모노그램 캔버스로 선택했다. 안감은 빨간색이 마음에 들었으나 모노그램 캔버스에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직원의 조언에 따라 브라운으로 정했다.

선택이 끝나자 가방을 스케치하고 수치를 꼼꼼하게 입력했다. 허 점장은 직원과 함께 노트북 사이즈를 재고 가방과 노트북이 스케치된 그림의 모든 모서리 부분에 촘촘히 길이를 써 넣었다. 그 뒤 그림을 스캔하고 기본 모델이 된 제품의 상품 코드, 고객 주소 등을 써 넣어 주문서를 작성했다.

24시간 안에 고칠 내용이 없으면 주문서를 프랑스 본사의 스페셜 오더 전문부서 ‘아니에르 워크숍’으로 보내 값을 매긴다. 견적이 나오면 고객에게 알려주고 제작에 동의하면 프랑스에서 가방을 만든다. 특별한 서비스인 만큼 스페셜 오더에 대한 루이뷔통의 관심도 대단하다. 스페셜 오더 제품을 모아 지난달 30일부터 석 달 동안 중국 베이징에 있는 중국의 대표적인 박물관인 ‘국가박물관’에서 ‘루이뷔통의 여행’이란 주제로 루이뷔통 역사상 최대 규모의 전시회를 열고 있을 정도다.

루이뷔통이 2008년 시작한 ‘몽 모노그램’도 이에 못지않다. 루이뷔통을 상징하는 ‘스피디’와 ‘키폴’, ‘페가즈’, ‘네버풀’ 등의 가방에 자신만의 스트라이프와 이니셜을 새겨주는 것으로 매장에서 가방에 각각 다른 색상과 디자인의 578가지 문양을 입히는 컴퓨터 시뮬레이션도 직접 해 볼 수 있다. 이 역시 주문을 마치면 프랑스에서 제작해 국내로 들여온다. 물건은 약 8주 뒤에 받을 수 있다.

페라가모,
당신만의 특별한 구두


루이뷔통이 가방이라면 페라가모는 구두다. 그러니 페라가모 VIP용 마케팅은 신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페라가모를 대표하는 서비스는 남성 슈즈 맞춤 제작 서비스인 ‘트라메짜’와 여성용 이브닝 슈즈를 맞춰 주는 ‘레드카펫’이다.

2004년 시작한 트라메짜는 자신의 발 모양에 딱 맞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구두를 만들어 주는 서비스다. 8가지 구두 디자인과 76가지 가죽 소재 중에서 마음에 드는 디자인과 소재를 고르면 이탈리아 공방에서 장인들이 수공예로 제작한다.

주문 과정도 꼼꼼하다. 16일 찾은 서울 강남구 청담동 페라가모 플래그십 스토어에는 이탈리아 본사에서 교육을 받고 온 페라가모코리아 상품기획자(MD)들에게 따로 교육을 받은 2명의 ‘슈즈 스페셜리스트’가 상주하고 있었다. 시즌마다 교육을 받는 이들은 손님이 원하는 가죽과 디자인을 선택할 수 있도록 조언해준다. 전국 42개 페라가모 매장 가운데 트라메짜, 레드카펫 서비스를 상시적으로 받을 수 있는 곳은 여기뿐이다.

트라메짜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는 디자인부터 골라야 한다. 이날 슈즈 스페셜리스트가 추천한 디자인은 ‘렌조’ 구두.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이 정장에 잘 어울린다. 다음은 밑창 선택이다. 통기성이 좋은 가죽이나 잘 미끄러지지 않는 고무 중에서 고를 수 있다. 밑창에는 이니셜도 새길 수 있다. 밑창 소재까지 고른 뒤에는 가죽을 택해야 한다. 악어나 타조부터 뱀 가죽까지 선택할 수 있다.

소재를 선택하면 발 사이즈 측정이 이어진다. 이탈리아 본사에서 제작한 ‘발 사이즈 측정기’에 발을 올리면 발 길이와 발볼 치수를 잴 수 있다. 그 뒤 화이트보드에 발을 올리면 슈즈 스페셜리스트가 연필로 발 모양을 그리고 발등 중간 부분 길이와 발등에서 복사뼈에 이르는 부위의 길이를 재고 발 그림에 각각의 치수를 적어 넣는다.

빛에 따라 색이 달라지는 광택이 나는 악어가죽에 가죽 밑창, 렌조 디자인의 구두를 맞추고 값을 내봤다. 1370만 원. 주문서를 이탈리아로 보내면 그곳에서 구두를 만들고 6∼8주 뒤에 받을 수 있다. 물론 직접 주문까지 하지는 않았지만 자신만의 구두를 맞추는 동안에는 특별한 서비스를 받는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이탈리아 장인의 손길로 만드는
프라다의 서비스


샤넬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의 아이팟 케이스. 루이뷔통코리아 제공

트라메짜가 남성을 위한 것이라면 레드카펫은 여성을 위한 서비스다. 앤젤리나 졸리, 제니퍼 로페즈, 전도연 등 세계적인 여배우들을 위해 이브닝 슈즈를 제공해 온 페라가모가 올해 일반 고객들에게도 문을 연 것으로 24가지 컬러에 6가지 스타일을 골라 이니셜까지 새길 수 있다.

프라다는 초우량고객(VVIP)만을 위한 ‘프라이빗 오더’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매 시즌 시작 전 VVIP 고객을 초청해 시즌 컬렉션 북을 보여준 뒤 프라다 머천다이저와 일대일 상담을 하고 아이템을 주문해 들여오는 것. 국내 수입 여부와 상관없이 물건을 살 수 있어 해외에서 상품을 찾고 구입하는 번거로움을 줄여 준다.

여기에 프라다는 지난해부터 남성 정장과 코트를 맞춤 제작해 주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직접 소재와 컬러를 선택할 수 있는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체형에 딱 맞는 옷을 주문할 수 있다. 프라다는 플래그십 스토어에 자체 수선실을 운영하며 1년에 1, 2회 정기적으로 이탈리아 본사에서 교육을 받는 재단사를 두고 매장을 방문한 고객이 전문적인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프라다코리아 관계자는 “이들 서비스뿐만 아니라 2003년부터 VIP 고객들을 위해 맞춤 주문 형식으로 악어, 비단뱀 가죽 등의 제품을 만들어 주고 있다”며 “2005년부터는 프라다의 전통적인 소재인 사피아노 가죽 제품까지 영역을 확대해 보다 깊이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승헌 기자 hpar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