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이 다가가 보니 찔레꽃이었습니다. 서울시내에선 보기 어려운 꽃이지요. 찔레를 조경수로 심는 경우는 별로 없으니까요.
찔레꽃이 아파트 담벼락에서 피어난 까닭은 무엇이었을까요? 그것은 덩굴장미의 대목(臺木)으로 찔레를 썼기 때문입니다. 찔레 뿌리에 덩굴장미 줄기를 접붙였다는 말이지요.
가끔 추운 겨울을 나면서 장미 줄기가 얼어 죽는 경우가 생깁니다. 반면 자생종인 찔레는 겨울을 잘 견디지요. 이럴 경우 봄이 되면 아래쪽의 찔레 줄기와 뿌리에서 새 가지가 나옵니다. 장미는 죽고 찔레만 남는 것이지요. 새 줄기에선 당연히 하얀 찔레꽃이 핍니다.
전에는 장미 대목으로 토종 찔레를 주로 썼지만 요즘은 종자를 개량한 대목을 많이 씁니다. 김 대표에 따르면 요즘 대형 장미농원에서는 일본에서 개량한 가시 없는 찔레를 많이 이용한다고 합니다. 이 신품종 찔레는 가시가 없어 작업이 편하고 병충해에 강합니다.
그렇다면 토종 찔레를 조경용으로는 이용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하얀 꽃이 상당히 예쁜데 말입니다. 그 이유는 찔레의 꽃이 1년에 한 번만 핀다는 데 있습니다. 상당수의 개량종 장미는 겨울철 이외에는 계속 꽃을 피웁니다.
찔레는 한국의 ‘토종 장미’입니다. 또 다른 토종 장미로는 해당화와 돌가시나무가 있습니다. 참, 최근에는 원예종으로 개량한 찔레가 나오기도 합니다. 크기와 꽃의 색깔이 무척 다양합니다. 저희 집에도 키가 한 뼘이 안 되는 미니찔레가 있습니다. 이 녀석은 관리만 잘하면 1년 내내 꽃을 보여주더군요.
문권모 기자 mikem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