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이 제일 싫어하는 것은 불확실성이다. 이번 달은 특히 그 불확실성의 농도가 꽤 짙었던 한 달이었다. 그리스 구제안을 둘러싸고 유로랜드가 불확실성의 늪에 깊이 빠졌다. 그리스가 과연 구조조정안을 받아들일지, 누가 얼마만큼의 손실을 떠안을지, 또 이 위기가 어디로 어떻게 번질지 등에 대한 의구심이 지구촌 돈의 물꼬를 안전자산 쪽으로 몰아갔다.
하지만 저평가된 유로화체제에서 그간 제조업의 수출혜택을 가장 많이 본 독일 등 선진국이 이 문제를 일단 봉합하고 나갈 수밖에 없다는 것은 이미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 물론 당장은 문제의 근원적인 해결이 어렵지만 말이다.
또 다른 중요한 불확실성은 세계자금의 공급원인 미국의 자금사정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다. 그간 6000억 달러어치의 국채를 떠안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더는 국채를 사주지 않으면 지금까지 시장을 지탱해 온 풍부한 유동성이 소멸될 수 있다는 우려가 주가를 억눌렀다. 하지만 이 불확실성은 다소 과장된 면이 있다. 미국은 여전히 제로금리 상태이고 늘어난 유동성의 일부를 지급준비금 형태로 쥐고 있는 상업은행들의 대출 태도가 점차 완화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기 때문이다. 또 세상 돈이 미국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 경기의 맥이 빠지면 중국 등 대다수 국가들은 금리인상을 포기하고 노 랜딩(no landing) 전략으로 돌아설 것이고 미국 경기가 좋으면 막대한 외환보유액이라는 총알로 위험자산을 공략할 것이 분명하다.
끝으로 가장 고약한 불확실성은 경기 관련으로 볼 수 있다. 사실 앞선 두 문제도 경기가 나아지면 모두 사라질 불확실성이다. 미국 경제가 유동성의 젖을 떼야 하는 이 중대한 시점에 경기회복이 예상보다 더디고 고용이 후퇴하고 있으니 문제이긴 하다. 게다가 중국 역시 더 높은 성장을 보여주긴 어렵고 인플레이션과 싸우기 위해 체력을 비축해야만 될 입장이다. 하지만 ‘과연 세계경제가 지금보다 얼마나 더 나빠질까’라는 관점에서 문제를 보면 의외로 답은 쉬울 수도 있다. 미국 경기가 내년까지 더 악화되려면 그들이 지금 과잉재고나 과잉투자 상태에 처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기에 내년 미국경제 전망은 우상향이다. 또 중국 경제가 뒷걸음질치려면 재정투자를 축소할 동인이 있어야 한다. 하반기에 더 심각한 인플레이션이 와야 가능한데 상황은 그렇지 않다. 즉 경기가 비록 위로 치솟을 힘은 약해도 아래로 추락할 가능성도 작다는 뜻이다. 경기 불확실성은 이미 글로벌 증시에 어느 정도 녹아 있는 듯하다. 궁극적으로 유동성 축소(출구전략)와 글로벌 경기부진은 공존할 수 없는 문제이니 돈이 모자라 주가가 떨어질 확률은 매우 낮다.
김한진 피데스투자자문 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