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코미디인줄 알았는데 사랑은 어디가고 “돈… 돈… 돈…”
미국 뉴욕 상류층의 삶을 통해 돈으로 뭘 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미드 ‘가십걸’(위). 돈 때문에 치사해지는 인간 군상을 그린 ‘로맨스타운’. 온스타일·KBS 제공
돈을 내세운 드라마는 SBS ‘쩐의 전쟁’(2007년), MBC ‘파란만장 미스 김 10억 만들기’(2004년) 등이 있었지만 대부분 돈을 모아 성공하는 과정을 그린 드라마였다. 하지만 로맨스타운은 말 그대로 ‘하늘에서 뚝 떨어진 돈’ 때문에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에 집중한다.
주인공 순금(성유리)은 부자들이 모여 사는 ‘1번가’의 자산운용회사 강 사장네 식모다. 평생 식모살이만 하다 인생 끝나나 싶었는데 별 기대 없이 사둔 로또가 1등에 당첨됐다. 100억 원이 수중에 굴러들어 온 거다. 하지만 화투판에서 떠날 줄을 모르는 아버지 때문에 당분간은 돈이 없는 척 식모 일을 계속하기로 결심한다.
로맨스타운엔 가난하지만 예쁜 여주인공이 착하게 살다가 부잣집 도련님을 만나 사랑에 빠지는 신데렐라 스토리 따윈 존재하지 않는다. 강 사장 아들 건우(정겨운)는 순금이 백화점에서 1800만 원짜리 옷을 걸치자 얼굴에 점 찍은 것도 아닌데 못 알아보고 한눈에 반한다. 순금을 쫓아다니는 영희(김민준)의 마음은 사실 순금이 15억 원짜리 아파트를 턱하니 현금 내고 사는 것을 본 뒤 “나무토막인 줄 알았는데 아니네”라며 발동한 것이다.
돈 없어 서러운 처지 돕고 살던 식모들도 돈이 생기자 치사한 ‘돈벌레’가 된다. 남은 반찬으로 양푼에 밥 비벼 나눠 먹는 사이였건만, 화투 판돈으로 산 복권의 4등 당첨금 5만 원을 놓고도 식모 다섯 사이에 돈을 어떻게 나눠야 할지 분란이 생긴다. 5만 원에도 살기를 띠는 식모들이니 식모들이 낸 화투 판돈으로 순금이 산 복권이 100억 원에 당첨됐다는 걸 알게 된 뒤의 상황은 안 봐도 뻔하다. ‘가난하지만 착하고 소박하게 사는 이들’이라는 환상은 없다.
부자든 없이 사는 사람이든 모두들 ‘돈, 돈’ 하는 드라마는 한국에만 있는 듯하다. 미드 ‘더티 섹시 머니’나 ‘가십걸’은 돈으로 뭘 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데 치중한다. 화려한 집과 연일 이어지는 파티, 고급 의상을 걸친 상류층의 인생을 화려하게 펼쳐 놓는다. 일드 중에선 돈 얘기 대놓고 하는 드라마를 찾기가 힘들다. 탈세하는 기업들을 정의로 응징하는 ‘황금돼지: 회계검사청 특별조사과’(2010년)나 사채업계 이야기를 정교하게 다룬 ‘사채꾼 우시지마’(2010년) 정도다. 하지만 돈 얘기 하면서 정의를 강조하는 점이나, 사채 때문에 파멸을 맞는 인간 군상을 교훈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역시나 ‘예의 바른’ 일드답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