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기회… 절대 놓칠 수 없다”엔씨소프트 1차 트라이아웃
8개 구단의 유니폼과 가방이 한데 섞여 있었다. 프로야구 제9구단 엔씨소프트 1차 공개 트라이아웃이 열린 경남 창원시 마산야구장 더그아웃 풍경이다.
도전자 54명은 각기 다른 야구 경력과 사연을 지녔지만 심정은 같았다. 벼랑 끝에서라도 야구가 하고 싶다는 것. “9회말 2사 만루 동점 상황에서 대타로 나섰는데 대한민국 최고 마무리 투수를 만난 기분입니다. 꼭 쳐야죠. 마지막 기회인데….” 엔씨소프트가 1군에 진입할 예정인 2013년 중고 신인왕을 꿈꾸는 한 참가자의 출사표에는 비장함이 감돌았다.
230여 명 중 서류 심사를 통과한 이들은 28일부터 사흘 동안 마산야구장에서 치열한 생존 경쟁을 펼친다. 1차 트라이아웃 합격자는 프로야구 드래프트 이후 9월에 열릴 2차 테스트에서 엔씨소프트 최종 입단에 도전한다.
○ 왕년의 유망주 총출동
1차 트라이아웃의 분위기는 왕년의 프로야구 유망주들이 주도했다. 190cm, 104kg의 건장한 체구를 자랑하는 1루수 곽용섭(28)이 눈길을 끌었다. 곽용섭은 2003년 삼성 최형우, 조영훈과 함께 포스트 이승엽으로 주목받던 기대주. 경찰청에서 군 복무를 마친 뒤 LG에 둥지를 틀었지만 지난해 10월 방출됐다. 그는 “엔씨소프트 창단 소식을 듣고 트라이아웃에 빠지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호주 프로리그 애들레이드 바이트에서 뛰며 경기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힘썼다”고 말했다. 곽용섭은 28일 프리배팅 테스트에서 타구를 수차례 담장 밖으로 넘겨 엔씨소프트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추신수, 이대호, 정근우 등과 함께 2000년 캐나다 에드먼턴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 우승을 이룬 내야수 김동건(29)도 기량을 뽐냈다. 2001년부터 9년 동안 SK에서 뛴 김동건은 남양주의 한 실내야구연습장에서 사회인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그는 “광저우 아시아경기에서 동기들이 활약하는 모습을 보며 이렇게 끝내선 안 되겠다고 느꼈다”며 “마산야구장에서 동기들과 다시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 이색 참가자
잠깐의 휴식시간마다 취재진의 요청이 끊이지 않았던 이색 참가자도 화제였다. 재일교포 2세로 2002년 야쿠르트에 5순위로 입단했던 내야수 강병수(27)가 주인공이다. 어깨 부상으로 고생하다 2008년 방출된 뒤 그해 한화에서 잠시 뛰기도 했다. 강병수는 “할아버지가 제주도에 사시는데 꼭 창원 홈경기에 모시겠다. 한화에서 같이 뛴 김태균처럼 한국에서 성공하고 싶다. 선수 생활을 엔씨소프트에서 마치겠다”고 말했다.
이름을 바꾸고 새 야구 인생 개척에 나선 도전자도 있었다. 한화 팬들에게 정희상으로 기억되는 정승원(29)이다. 지난해 11월 고향 팀 한화에서 방출된 뒤 그는 이름을 바꿨다. 정승원은 “한화 정희상을 잊고 싶었다. 야구를 그만두고 싶지만 다섯 살짜리 딸과 아내를 위해 상무에서 계약직 코치로 일할 수밖에 없었다”며 “엔씨소프트 정승원으로 다시 태어나고 싶다”고 말했다.
오후 4시경 창원 하늘은 비를 뿌리기 시작했다. “이 비와 함께 도전자들의 상처가 말끔히 씻겨 나갔으면 좋겠네요. 엔씨소프트 유니폼을 입고 희망의 야구를 하고 싶어요.” 곽용섭의 바람 뒤로 제2의 장종훈, 김상현 신화가 탄생할 2013년 마산야구장이 그려졌다.
창원=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동영상=9구단 엔씨소프트 첫 선수공개테스트 현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