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메르루주는 집권하자 자본주의와 연루된 모든 것을 쓸어버리고자 했다. 안경을 썼다거나 손이 하얗다는 이유만으로 지식인으로 지목돼 처형된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크메르루주는 어른은 자본주의에 오염돼 있다고 보고 어린이를 새 세상의 주역으로 내세웠다. 어린이를 부모로부터 격리해 수용하고, 크메르루주에 불복하는 사람은 적이라고 세뇌시켰다. 아이들에게 동물을 학대하고 죽이는 방법을 가르친 뒤 어른들을 고문하고 살해하는 데 동원했다.
▷미국의 대표적 좌파 지식인 놈 촘스키는 크메르루주를 옹호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학살은 정부가 의도한 결과가 아니라 복수심에 가득 찬 농민, 통제를 벗어난 군인들의 만행”이라고 했지만 사실은 크메르루주가 계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크메르루주의 2인자 누온 체아(85)를 비롯해 키우 삼판(79), 이엥 사리(85) 이엥 티리트(79) 부부 등 4명의 반(反)인륜 범죄에 대한 재판이 그제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서 시작됐다. 독일 나치 전범을 단죄한 뉘른베르크 재판 이후 가장 주목받는 재판이다. 크메르루주의 1인자였던 폴 포트는 1998년을 전후해 투항했으나 캄보디아 정부의 묵인 아래 재판도 받지 않고 죽었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