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인 현장을 목격하고 살인죄를 선고하는 법관은 없다. 직접 보지 않아도 증거를 놓고 경험과 논리로 판단하는 것이 법관의 자유심증주의다. 다만, 누군가를 유죄로 선고하기 위해서는 ‘합리적 의심’이 남아있지 않아야 하나 그것이 모든 가능한 의심이 배제된 상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합리적 근거가 없는 의심을 일으켜 어떤 증거를 배척하는 것은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다는 게 대법원 판례다. 천안함 폭침 현장에서 북한 어뢰 추진체라는 스모킹 건(smoking gun)이 발견됐다. 그런데도 ‘직접 보지 않아’ 어쩌니 하는 것은 재판관이 될 사람이 할 소리가 아니다.
▷조 후보는 사법연수원을 나온 이후 줄곧 변호사로 일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법무부 장관을 지낸 강금실 씨에 이어 법무법인 ‘지평지성’의 대표변호사를 맡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창립 회원이며 참여연대에서 2008년 대법관 후보로 추천된 바도 있다. 참여연대는 북한에 의한 천안함 폭침을 부정하는 조사 결과를 낸 단체다. 민주당 몫의 헌재 재판관이니 이런 경력이 흠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적격성에 문제가 있으면 민주당이 후보를 바꿔야 한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