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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 투데이]그리스 파도 뒤엔 아일랜드-스페인 태풍 올수도

입력 | 2011-06-30 03:00:00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

막대한 국가 채무를 지고 있는 그리스가 정상적으로 빚을 갚아 나갈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는 듯하다. 그리스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은 올해 말에 15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자신의 경제 규모보다 1.5배나 많은 국가 채무를 지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그 채무에 16∼17%의 높은 이자를 지급하고 있다. 경제가 고성장하지 않으면 도저히 부채를 줄이기 힘든 구조로, 그리스 경제는 2011년에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된다. 2009년 이후 연 3년째 마이너스 성장이다.

그리스 빚 문제의 근본적인 해법을 기대하기 힘들다면 금융시장 시각에서 차선의 시나리오는 현상 유지다. 국가 채무불이행(디폴트) 같은 극단적인 상황을 피해 나가면서 인접국들의 지원으로 시간을 버는 게 금융시장의 현실적인 기대치인 것이다.

최근 그리스 정부가 여러 긴축 정책을 내놓으면서 그리스 채무 문제는 일단 봉합의 실마리를 찾아 나가고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국가 채무문제의 최종 종착역은 ‘채무자의 상환 의지’였다. 자금을 지원해 주는 채권자가 아니라 채무자의 의지에 따라 국가 부도 여부가 결정됐다는 점은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빚도 반복적으로 많이 지면 채무자가 목소리를 높이게 된다. 우리의 경험에서도 이런 사례는 많다.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전후한 시기까지 한국 경제에 만연해 있었던 ‘대마불사(大馬不死)’의 논리가 대표적이다. 은행에서 대규모 자금을 빌린 일부 재벌이 어려워지자 도리어 은행을 윽박질렀다. 대마가 죽으면 은행도 같이 어려워진다는 논리였고 은행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추가 지원을 해줬다.

그리스 지원 문제 역시 지금 물러서기에는 유럽연합(EU)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너무 깊숙이 발을 들여 놓았다. 현 상황에서 어느 정도 부실을 정리하고 넘어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던 독일도 한발 후퇴하고 있다. 남은 것은 그리스의 채무 상환 의지다. 그리스가 상환 의지를 보여줘야 국제사회가 지원할 수 있는 명분이 생기기 때문이다.

채무자의 상환 의지가 중요한 것은 구제금융의 대가가 강도 높은 긴축이기 때문이다. IMF 구제금융 직후 한국은 혹독한 긴축을 경험했다. 금리는 치솟았고 실업률은 높아졌다. 비슷한 고통을 지금 유럽인들이 겪고 있다. 연금은 축소되고 공공부문의 구조조정으로 실업자가 늘고 있다. 채무국이 긴축을 받아들이면 채무 문제는 또 일시적으로 봉합되며 시간을 벌 수 있다.

불안한 것은 내년이다. 구제금융을 받은 아일랜드의 총선이 5월에 예정돼 있고 채무 문제가 있는 또 다른 국가인 스페인의 총선은 4월에 실시된다. 이 나라 국민이 어떤 선택을 할까. 남유럽 문제는 긴축의 피로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잇따른 선거가 예정돼 있는 내년에 더 큰 부담으로 다가올 가능성이 높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