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엔 현실 극복하는 힘 있어”
“재미 속에 감동도 담으려 노력”

‘자, 찍습니다. 명랑하고 순수하게.’ 명랑만화와 순정만화의 신문수, 원수연 작가가 만났다. 두 사람은 7월 20일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에서 나란히 특별전을 개최한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신문수=내가 딸만 넷인데, 원 작가 같은 후배를 보면 내 딸 같아. 명랑만화 그리는 사람은 여자 캐릭터를 예쁘게 못 그려. 우리 집 애들이 만날 ‘아빠 만화는 너무 못생겼어’ 하면서 원 작가 만화만 봐. 허허.
선배의 시원스러우면서 격의 없는 말투에 20년 후배 작가가 웃으며 말했다. “선생님은 늘 후배들에게 관대하셔요. 무조건 오냐오냐, ‘지지하는’ 편이시죠.”
명랑만화와 순정만화의 두 거장은 서로의 만화를 어떻게 평가할까.
신=원 작가는 공동체 안에서 협회일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헌신적인 작가죠. 순정만화 중에서 매우 작품성이 뛰어난 만화를 그리죠. 많은 연구를 한다는 게 느껴져요.

신문수 화백의 대표작 ‘로봇 찌빠’.(왼쪽), 원수연 작가의 대표작인 ‘풀 하우스’의 여주인공 앨리
신=만화에는 힘이 있죠. 상상력. 우리가 살다 보면 언제라도 벽에 부닥칠 수 있는데 이를 지혜롭게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요구돼요. 만화라는 건 이 능력을 키워줄 수 있어요.
원=만화는 보는 걸까요, 읽는 걸까요. 이 답에 따라 ‘힘’의 지점도 달라진다고 생각해요. 단순히 가볍게 즐기고 만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사고의 영역을 넓혀주거나 동기부여를 하는 그런 힘은 만화의 감동에 있는 거죠. 보는 게 다가 아니고, 그 안에서 무언가를 읽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두 거장은 그간 명랑만화와 순정만화를 각각 고집해 왔다. 서로의 장르를 바꿔 도전해 보겠느냐고 물었다.
원=저는 왠지 모르게 코믹물이 당기네요. 제가 명랑만화를 그리면 엉뚱한 캐릭터들이 나올 것 같아요. 아주 못되거나 너무 바보 같거나.
신=나는 예쁜 여자를 못 그려서 (순정만화를) 못해. 신 작가는 (명랑만화를) 해보면 괜찮을 것 같아. 못생긴 캐릭터를 하나 만드는 게 어때.
1970, 80년대는 명랑만화의 시대, 90년대는 순정만화. 그리고 현재는 웹툰의 시대로 부를 수 있다. 그러나 두 작가는 웹툰에 대해 많은 아쉬움을 표현했다. 원 작가는 웹툰 ‘메리는 외박 중’을 연재 중이다.
신=나는 아직도 출판만화가 우선이라고 생각해요. 온라인상에서 만화가 연재되고 단지 조그마한 부분으로 저장돼 있다는 게 억울한 일이지.
자연스레 대화가 만화진흥법 이야기로 흘렀다. 만진법은 진흥위원회 설립과 기금 조성, 저작권 보호 등을 골자로 하는 문화진흥법. 원 작가는 만화진흥법공동추진위원장을 맡고 있다.
원=실질적인 창작을 위한 지원이 될 것으로 기대해요. 사회보장제도의 사각지대에 있는 만화가도 많은데… 만화가 문화 산업에서 참 효자 역할을 하는데 그간 제약이 많았어요.
신=예전에는 청소년 보호법 때문에 만화 발전에 제약이 있었죠. 이현세의 ‘천국의 신화’ 같은 만화까지도 문제 삼아 마음껏 창작활동을 할 수 없었지. 이제는 분위기가 달라졌지.
두 시간 넘게 진행된 인터뷰를 마치며 마지막 한마디를 요청했다.
원=독자들이 (만화를) 조금 더 기다려주고 (만화가) 독자들의 가슴속에 조금 더 머물러줬으면. 그런 시장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신=만화가 선배들이 주는 상이 있는데 원수연을 추천했어요. 조금만 더 기다려 봐. (웃음)
김진 기자 holyj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