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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실서 안 보여도, 아이돌은 장학생… 위화감 부르는 스타 장학금

입력 | 2011-07-01 03:00:00


고액 대학 등록금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대학들이 유명 연예인들에게 입학은 물론이고 4년 장학금까지 주면서 유치에 나서 논란이 되고 있다. 연예인의 대학 입학 자체는 문제가 아니지만 이들이 수업 등 학교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데도 일반 학생에 비해 지나친 특혜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 기여 예상 장학금?


아이돌 그룹 ‘비스트’ 멤버 6명 중 4명은 지난해 전남 나주에 있는 동신대에 4년 장학생으로 입학했다. 멤버인 용준형과 장현승은 수시모집 특기자 전형, 윤두준과 이기광은 정시모집을 통해 각각 실용음악학과와 방송연예학과에 합격했다. 이들은 입학과 동시에 384만 원인 등록금을 4년간 전액 면제받는 혜택을 받았다. 학교 측은 “비스트가 학교 명예를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특별장학금을 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탤런트 서우와 댄스그룹 ‘포미닛’의 멤버 김현아도 올해 건국대 예술학부(영화전공) ‘연예특기자 전형’에 장학생으로 합격했다. 이들이 받은 ‘연예우수자 장학금’은 첫 학기 등록금(450만 원)을 전액 지원한 뒤 이후 한 학기에 15학점 이상 수강하고 학점도 3.0 이상 받는 등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4년간 전액 장학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올해 신설된 성신여대 미디어영상연기학과에는 ‘카라’의 구하라가 실기우수 장학생으로 입학했다. 실기우수 장학금은 1년간 등록금의 70%를 깎아준다. 이 학과에서 실기우수 장학금을 받는 학생은 구하라가 유일하다.

학교 홍보대사로 활동하며 공로 장학금을 받는 연예인들도 있다. 대진대에 다니는 ‘2AM’의 임슬옹과 정진운, 청운대에 재학 중인 ‘샤이니’의 온유와 종현 등은 학교 책자나 포스터 모델로 활동하면서 등록금의 전액 또는 일부를 지원받고 있다.

건국대 경영학과 4학년 박모 씨는 “일반 학생은 4.5 만점에 4.2는 넘어야 등록금을 일부 깎아주는 성적장학금을 기대할 수 있는데 고소득자인 연예인들이 학교 행사 몇 번 나오고 장학금을 타는 건 너무 불공평한 처사”라고 말했다.

○ 캠퍼스에선 ‘유령 학생’


문제는 연예인 학생들이 장학금 등 각종 혜택을 받으면서도 학교생활에는 소홀하다는 사실이다. 비스트의 경우 학교가 나주에 있다 보니 인근 지역에 일정이 있을 때나 한 번씩 들르는 정도다. 비스트 소속사 관계자는 “스케줄이 너무 빡빡해 학교를 거의 못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학교 측은 “(비스트 멤버들이) 전공은 서울에서 교수들을 만나 개인 레슨을 받지만 교양수업엔 거의 들어오지 못해 학점이 3.0(4.5 만점)을 못 넘는다”고 전했다.

구하라도 소속 그룹이 한류 스타로 급부상하면서 일본 등 해외 공연이 많아져 학사일정을 따라가기 어려운 형편이다. 구하라의 담당 교수는 “구하라가 수업에 얼마나 들어왔는지, 시험을 어떻게 치렀는지에 대해선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대학에 다니는 ‘SG워너비’의 한 멤버는 “하루 종일 스케줄이 있으면 (학교에) 당연히 못 가고, 가끔 스케줄이 없는 날도 그날 새벽까지 녹화하고 온 경우가 많아 그냥 쓰러져 잔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입학을 했더라도 규정에 걸려 제적을 당하거나 자퇴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경희대의 경우 남자 아이돌 스타 최모 씨, 여배우 한모, 김모 씨 등이 세 학기 연속 학사경고를 받아 제적당했고, 한 아이돌 밴드의 보컬 이모 씨 등 10여 명은 스스로 학교를 그만뒀다.

○ 누이 좋고 매부 좋고


각 대학이 연예인 유치에 적극적인 이유는 대학은 연예인의 인기를 이용해 인지도를 높이고, 연예인은 큰 부담 없이 대학졸업장을 받을 수 있어 서로의 이해관계가 일치하기 때문이다. 특히 연예 관련 학과를 신설하거나 지명도가 낮은 대학들은 사활을 걸고 인기 연예인 유치에 나서고 있다. 건국대 관계자는 “장학금이란 유인책이 없으면 유명 연예인을 끌어올 수 없어 (장학금이란) 일종의 투자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 입학을 놓고 학교 측과 연예기획사가 일종의 거래를 하고 있다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연예 관련 학과에 강의를 나가는 한 문화평론가는 “학교로부터 특정 연예인을 데려와 달라는 부탁을 자주 받는다”며 “그럴 경우 ‘전액 장학금은 물론이고 출석 편의를 최대한 봐주고 성적도 졸업이 가능하도록 해주겠다’는 조건을 내건다”고 말했다.

연예기획사가 소속 연예인들의 입학을 제안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기획사 관계자는 “요즘은 학벌도 상품성과 직결되기 때문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며 “대학에 적을 걸어두면 남자의 경우 군 입대 문제도 해결되기 때문에 학생 신분을 유지하기 위해 대학 졸업 후 사이버대로 옮기는 사례도 많다”고 말했다.

동국대와 중앙대 등 연극영화 관련 학과의 역사가 오래된 대학들은 연예인이란 이유로 특별 장학금을 지급하지는 않고 있다. ‘쥬얼리’의 조하랑, 배우 전지현(이상 동국대), 이윤지, 류덕환(이상 중앙대) 등은 일반 학생들과 동일한 조건으로 경쟁해 성적장학금을 받았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