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비율의 진실/마리오 리비오 지음·권민 옮김/432쪽·2만원·공존
김명남 과학 전문 번역가
‘다빈치 코드’를 쓴 소설가 댄 브라운이 이 책에 대해 쓴 추천사다. 왜 소설가가 수학책 추천사를 썼느냐고? 눈 밝은 독자라면 눈치 챘을 것이다. 그의 소설에서 문제의 코드를 푸는 열쇠가 바로 황금수였다. 주인공 랭던 교수가 황금비의 아름다움과 피보나치수열의 경이로움을 강연하던 장면을 기억하는 독자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1 대 1.618의 비로 나뉘는 직선을 말하는 황금비. 혹은 거기에서 나온 1.618이라는 황금수는 기원전 6세기부터 인류의 마음을 매혹했던 특별한 숫자다. 유클리드가 최초로 설명했던 황금비의 기하학적 정의는 단순하다. 어떤 직선을 둘로 나눴을 때 ‘전체 직선의 길이: 큰 조각의 길이=큰 조각의 길이: 작은 조각의 길이’가 되는 지점이 바로 황금비다. 재미난 특성이기는 한데 뭐가 중요하기에 ‘신성한 비율’이라고까지 칭송될까?
하지만 자연과 예술 도처에 황금비가 드러난다는 것은 이젠 상식이 됐다. 아테네의 파르테논 신전이 황금비에 따라 건축됐고 몬드리안의 구성주의 회화가 황금비에 따라 조직됐다고 사람들은 생각한다. 아름다운 얼굴도 황금비로 나뉜다고 한다. 그러니 이 수를 신비로운 섭리로 여기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런데 이런 상식들이 과연 진실일까? 이 책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천문학자 겸 저술가인 저자는 황금비의 매력을 인정하면서도 여기에 얽힌 신화들은 대부분 진실이 아니라고 한다. 댄 브라운의 추천사가 어색해지는 순간이지만 이 책을 읽어보면 누구든 저자의 결론에 수긍하게 된다.
▲이집트 피라미드는 황금비율에 맞춰 건축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당시 이집트 사람들이 황금비율을 몰랐을 가능성이 크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모나리자’를 그렸을 때도 황금비율보다 자연수를 이용한 간단한 비율을 더 많이 활용했다. 그러나 자연속에서 황금비율은 쉽게 발견된다. 우주 속 은하들은 나선 팔이 황금비율에 따라 뻗어 나왔다. 연체동물인 앵무조개도 황금비율을 따르는 나선 형태로 유명하다. 공존 제공
저자는 명시적으로 황금비를 채택했다는 증거가 남아 있지 않은 한 인공물에서 억지로 황금비를 읽어내는 건 무의미한 일이라고 말한다. 어느 부분을 잴 것인가 하는 것부터가 임의적인 데다가 측정에 늘 오차가 있기 때문. 더구나 황금비는 두 숫자를 나눈 것이므로 오차는 2배가 된다. 그보다는 예부터 사람들이 단순한 자연수들의 비를 사용하길 좋아했다고 보는 게 옳다. 5 대 3이나 8 대 5 같은 단순한 비율들을 풀어보면 모두 황금비에 가깝다.
김명남 과학 전문 번역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