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기 끝나는 정의화 비대위장
정의화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일 국회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그는 “당의 기초가 흔들리고 있다”며 비대위원장으로서 2개월간 느낀 한나라당의 문제점들을 지적했다. 전영한 기자scoopjyh@donga.com
한나라당 7·4 전당대회를 앞두고 두 달여간의 임기를 사실상 마치는 정의화 비상대책위원장은 1일 이렇게 토로했다. 4·27 재·보궐선거 참패로 지도부가 물러난 뒤 당 비대위원장을 맡은 그는 뇌수술 전문 신경외과 의사 출신답게 “당의 정신을 개조하겠다”며 의욕을 보였지만 ‘전대 룰’ 논란으로 당의 치부가 만천하에 드러나는 것을 속수무책으로 바라봐야 했다. 곧 새 지도부에 바통을 넘기는 정 위원장에게 두 달간 느낀 한나라당의 문제점을 들어봤다.
―최근 회의석상에서 한나라당의 기초가 무너지고 있다고 지적했는데….
―전대 룰을 놓고 친이(친이명박)-친박(친박근혜)계 간 계파 갈등이 엄청났다. 막상 계파 싸움을 겪어 보니 어떠한가.
“워낙 계파 갈등이 심해 같은 당 소속 의원들 간에 있어야 할 최소한의 동지적 마인드조차 사라졌다. 여기에 개개인의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법원의 당헌 효력정지 등) 상상을 초월하는 일들이 생긴 것이다. 얼마나 계파 갈등이 심했는지 한나라당 의원보다 민주당 의원에게 이야기하는 게 마음이 편할 정도였다. 비대위원장으로서 한계를 자주 느꼈다.”
―4·27 재·보선 직후에는 당 내 위기의식이 있었는데 지금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분위기다.
“나도 그 점이 참 불가사의할 정도다. 계파 갈등에다 위기 상황에서도 각자도생할 생각만 하는 특유의 ‘웰빙 의식’이 더해져 그런 듯하다. 당의 존재 이유에 대한 고민이 흐려졌고 자연히 위기의식도 사라졌다고 본다.”
“지금 상황에서 거창한 건 필요 없고 할 수도 없다. 우선 현재 상황을 정확히 진단해 이를 기반으로 치료해야 한다. 또 하나는 당원 문제 등 당의 기본을 재정비해야 한다. 이런 것부터 차근차근 해나가고 깨달음을 얻다 보면 기적이 생길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