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11개월 만에 1군 마운드에 복귀한 김진우. 동아일보DB
필자가 만났던 성공한 스포츠 인들을 보면 이 말이 더욱 실감난다. 선수나 지도자로 성공한 스타플레이어들의 부인을 만나보면 "대단한 여성들이다"라는 찬사가 저절로 나온다.
이들은 주부로서의 역할 뿐 만아니라 매니저, 에이전트, 심리 치료사 등 다양한 역할을 소화해낸다. 종목에 대해 남편보다 많이 알고 있는 전문가도 많고, 담당 기자들과 연락을 하며 '홍보 담당'을 맡은 경우도 있다.
프로야구 KIA의 김진우(28)가 마운드로 돌아왔다. 그의 복귀가 화제가 되는 것은 최고의 투수가 될만한 자질을 갖췄음에도 부상과 무단이탈 등으로 선수 생명이 끝날 위기까지 갔었기 때문이다.
김진우. 193㎝, 93㎏의 당당한 체격을 갖춘 그는 2002년 프로에 데뷔하면서 '제2의 선동열'로 각광을 받던 선수였다. 150㎞가 넘는 강속구에, 폭포수처럼 떨어지는 커브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초특급 투수였다.
광주 진흥고 시절의 김진우. 동아일보DB
그대로만 갔으면 2010년 자유계약선수(FA)가 돼 최고의 몸값을 받으며 메이저리그나 일본으로 진출했을 가능성이 컸다.
그런데 프로에 데뷔하자마자 어머니가 사고로 갑자기 돌아가시면서 그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살아졌고 이후 방황이 시작됐다.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김진우는 다음과 같이 밝힌 바 있다.
"계약금으로 받은 7억원으로 부모님이 광주 시내에 조그만 건물을 하나 지으셨어요. 건물이 다 완공될 즈음, 부모님이 하루는 너무 기분이 좋아서 새벽에 빌딩 옥상으로 올라가셨다가 발을 헛디뎌 떨어지셨어요. 어머니가 그 사고로 돌아가셨죠. 일본 오키나와에서 훈련을 하고 있었는데 어머니가 위독하다는 전화 연락이 와서 급히 저녁 비행기로 한국으로 돌아왔죠. 한데 병원에 도착하니 사람들이 입원실이 아니라 영안실로 데려가는 거에요. 이후로 만사가 재미없어졌어요."
야구에 회의를 느낀 그의 방황은 시작됐고, 무단으로 팀을 이탈하는 등 물의를 일으키면서 구단과 갈등이 생기기 시작했다.
급기야 2007년 무단 이탈과 연락 두절이 발생하자 구단은 김진우를 임의 탈퇴 선수로 공시했다. 임의 탈퇴는 구단에서 풀어주지 않는 한 국내에서 프로선수 생활을 할 수 없는 극단적인 조치.
그런 그가 다시 마운드로 돌아왔다.
재기에 나서 훈련에 열중할 때 김진우의 모습. 동아일보DB
그는 현재 3경기에 출전해 2이닝 2안타 4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며 서서히 재기의 나래를 펴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김진우가 다시 일어 설 수 있었던 뒤에는 '그녀'가 있었다.
6월19일 광주에서 열린 삼성과의 복귀전이 끝난 뒤 김진우는 관중석으로 올라가 여자친구와 뜨겁게 포옹하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그는 방송 인터뷰에서 "묵묵히 기다려준 그녀가 고맙다"고 했다.
여러 가지 상황을 종합해 볼 때 '방황하던' 김진우를 안정시킨 '그녀'는 '훌륭한 여성'임에 틀림이 없을 것 같다.
김진우가 여자친구의 성원을 받으며 최고의 투수를 향해 성공가도를 달리기를 기대해 본다.
권순일 기자 stt7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