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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孫, 정체성 맞는 黨으로 도로 가라”

입력 | 2011-07-04 03:00:00

김정길-박주선 “종북진보 발언은 한나라와 같은 인식” 맹비난




웃고는 있지만… 민주당 손학규 대표(오른쪽)가 3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민주희망 2012’ 출범식에서 정동영 최고위원과 웃으며 악수하고 있다. 앞서 두 사람은 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의 대북 정책 기조를 놓고 설전을 벌였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민주당 손학규 대표와 정동영 최고위원을 구심점으로 한 비주류그룹이 3일 세(勢) 대결을 펼쳤다. 손 대표의 싱크탱크 격인 ‘동아시아미래재단’의 5주년 기념식과 당내 비주류연합체인 ‘쇄신연대’를 확대, 개편한 ‘민주희망 2012(민주희망)’ 출범식이 같은 시간 동시에 열린 까닭이다.

손 대표와 정 최고위원은 이날도 대북정책 기조를 놓고 다시 격돌했다. 손 대표의 ‘원칙 있는 대북 포용정책’이 민주당의 당론인 햇볕정책에 어긋나는지를 놓고 정면충돌한 지 이틀 만에 장외 공방을 벌인 것이다. 이런 두 사람을 두고 당내에선 연말 전당대회와 내년 총선, 대선 국면을 앞두고 본격화될 주도권 경쟁이 점화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손 대표는 서울 연세대 100주년기념관에서 열린 동아시아미래재단 출범 5주년 기념식 격려사에서 “경기지사로 있을 때 한나라당 소속이었지만 햇볕정책을 공개적으로 지지했고 북한에 가서 벼농사 시범사업 행사도 가졌다”며 “남북이 화해하고 협력해 평화를 정착시키고 함께 번영하는 새로운 한반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이 행사에는 손 대표의 후원회장인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 재단 이사장인 김성수 성공회 대주교, 손학규계인 김부겸 전혜숙 의원 등 600여 명이 참석했다. 곳곳에서 “손학규”를 연호해 대선 출정식을 방불케 했다.

민주희망 출범식에는 공동 대표인 천정배 최고위원과 김영진 문학진 의원, 상임고문인 정동영 박주선 조배숙 최고위원 등 현역 의원 20명을 포함한 당내 비주류 인사 500여 명이 참석했다. 정 최고위원은 “굶어 죽지 않을 권리, 치료받아 죽지 않을 권리 등 북한 동포들의 원초적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식량, 비료 지원을 재개하는 것이 지난 10년간 포용정책이 갔던 길”이라며 ‘개혁, 개방을 위해 북한을 설득해야 하지만 인권과 핵, 미사일 개발 문제는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한 손 대표와 대립각을 세웠다. 모임에 참여한 한 인사는 “정세균 대표 시절 만들어진 쇄신연대가 ‘정세균 견제 모임’이었다면 민주희망은 ‘손학규 견제 모임’”이라고 했다.

당내에선 손 대표의 ‘원칙 있는 대북 포용정책’ ‘종북(從北) 진보’ 발언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 이어졌다.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참여 의사를 밝힌 김정길 전 행정자치부 장관은 이날 성명을 내고 “손 대표의 발언은 한나라당의 인식과 한 치도 다르지 않은 것으로 햇볕정책과 포용정책을 이해한다면 나올 수 없는 발언”이라며 “사과가 어렵다면 정체성에 맞는 정당을 도로 찾아가라”고 맹비난했다.

정동영 최고위원이 “햇볕정책이 원칙 없는 포용정책이란 오해를 불러일으킨다”(1일 최고위원회의)고 손 대표를 공개 비판하자 손 대표가 “‘원칙 없는 포용정책’은 ‘종북 진보’라는 오해를 살 수 있다”고 반격한 것을 정조준하고 나선 것이다.

박주선 최고위원도 민주희망 출범식에서 “민주당의 대북 정책인 햇볕정책의 3대 원칙은 튼튼한 안보, 북한 도발 불용, 남북 상생공영으로 ‘원칙’이란 수식어가 필요 없는 용어임에도 반(反)햇볕론자가 즐겨 쓰는 용어가 우리당 내부에서 나온 것은 햇볕정책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손 대표를 비판했다. 이에 앞서 ‘야권연대’ 파트너인 민주노동당의 우위영 대변인은 2일 논평에서 “‘종북’은 반북세력이 평화세력을 공격할 때 쓰던 것으로 한나라당 대표 발언으로 착각할 만큼 귀를 의심케 한다”고 날을 세웠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