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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무를 완수해라” 아버지의 마지막 명령

입력 | 2011-07-04 03:00:00

청해부대 7진 장재훈 대위
부친 “사망 알리지 마라” 유언에 “아버님 뜻… 임무 끝내고 귀국”




청해부대 장재훈 대위(오른쪽)가 의무실에 찾아온 장교를 진료하고 있다. 해군본부 제공

“아들아, 내 장례식에 오지 말고 대신 임무를 완수하길 바란다.”

3일 해군에 따르면 소말리아 해역에서 해적퇴치 임무를 수행하는 청해부대 7진(충무공이순신함)의 의무참모 장재훈 대위(33)는 지난달 25일 아버지가 별세했으나 귀국하지 않고 계속 근무했다. 장 대위의 아버지 고 장종성 씨(67)가 임종 직전 “재훈이가 청해부대 임무에 지장이 없도록 내가 죽더라도 소식을 알리지 말라”고 유언을 남겼기 때문이다.

가족들은 유언에 따라 장례식이 끝난 27일 오후에야 장 대위와 안부전화를 하면서 별세 소식을 전했다. 장 대위의 아버지는 부산에서 출항하기 전 아들에게 “임무 수행 중에 무슨 일이 있더라도 완수하고 귀국하라”고 당부했다. 장 대위의 아버지는 육군 학군장교(ROTC) 6기 출신으로 중위로 전역한 뒤에는 진주 대동고에서 교사를 지냈다.

장 대위는 “아버지는 항상 대한민국 장교였다는 사실을 자랑스러워했다. 의사도, 청해부대도 아버지의 뜻에 따라 지원했다”고 말했다. 청해부대장 한동진 대령은 장 대위에게 뒤늦은 귀국이나마 권유했지만 장 대위는 “임무를 완수한 뒤 귀국하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장 대위는 지난달 6일 소말리아 해역을 지나던 독일 상선의 필리핀 선원이 급성 복막염으로 생명이 위독할 때 응급치료를 했던 외과 전문의다. 2004년 경희대 의대를 졸업한 뒤 경희의료원에서 근무하다 2009년 군의관으로 임관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