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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 총기 난사 4명 사망]“첫 총성후 비명… 피투성이 병사들 뛰쳐나오며 몸 숨겨”

입력 | 2011-07-05 03:00:00

■ 강화 주민-소방관이 전하는 현장




“생활관 내부는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어요. 총상을 입은 병사들은 이미 많은 피를 흘려 의식도 없었고 숨진 상태였습니다.”

인천강화소방서 길상구급대 임동문 소방교(38) 등 6명은 4일 오전 11시 42분 2초 인천소방본부에 휴대전화로 “선두4리 군부대 소초에서 사고가 났다”는 짤막한 신고를 접수한 즉시 현장으로 출동했다. 이들이 소방펌프차와 구급차에 나눠 타고 해병대 총기 난사 사건이 벌어진 강화군 길상면 선두리 해병 2사단 예하 해안경계 소초에 도착한 것은 낮 12시 15분.

임 소방교에 따르면 구급차가 소초 정문을 통과했을 때는 군 구급차 두 대가 이미 대기하고 있었다. 이들은 군 관계자의 지시에 따라 생활관 쪽으로 달려갔다. 임 소방교는 생활관 출입문 주변에 피를 흘린 채 쓰러진 병사 한 명을 발견했지만 이미 숨진 상태였다. 20대로 보이는 부사관 한 명은 동료 병사들이 들것에 실어 구급차로 옮겼으나 역시 숨져 있었다.

생활관과 격실 사이 공간에서는 반바지에 빨간 티셔츠를 입은 병사 한 명이 손이 묶인 채 부대원 4명에게 둘러싸여 바닥에 엎드려 있었다. 이날 총을 난사한 김모 상병(19)이었다. 김 상병은 다리에 수류탄 파편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는 부상을 입었을 뿐 비교적 멀쩡한 상태였다. 옆에는 그가 범행에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K-2 소총이 증거물로 압수돼 있었다.

생활관 외부 상황을 파악한 임 소방교와 동료 소방관들은 이어 추가로 숨지거나 다친 병사들이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생활관 내부에 들어갔다. 병사들이 사용하던 침상에는 침구류 등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고 곳곳에 총탄 흔적과 핏자국이 있었다. 격실에서는 수류탄이 터진 흔적도 보였다. 일부 병사들이 침상 위에 쓰러져 있던 병사 한 명을 모포로 옮겼지만 가슴에 총상을 여러 곳 입은 채 숨져 있었다.

소방관들은 이후 김 상병과 부상병 등 3명을 구급차 3대에 태워 강화도와 경기 김포시 병원으로 나눠 이송하기 시작했다. 이날 현장을 지휘한 강화소방서 김철수 지휘조사팀장(49)은 “현장에 출동한 지 15분여 만인 낮 12시 30분경 사망자 파악과 부상자에 대한 응급조치와 이송을 마무리했다”며 “군 관계자가 ‘헌병대에서 사고 조사를 시작했다’고 해 현장에서 철수했다”고 밝혔다.

소초에서 불과 5m가량 떨어진 해안도로 건너편 주택과 상가에 사는 주민들은 소초가 내려다보이는 마을 언덕에 올라가 사고 현장을 바라보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김모 할머니(69)는 “처음에 총소리가 두 번 들려서 훈련이라고 생각했는데 12시경 비명과 함께 총성이 잇달아 들렸다”며 “옥상에 올라가 부대 안을 봤더니 피투성이가 된 병사들이 생활관에서 뛰어나오고 일부는 돌담 사이에 황급하게 몸을 숨기는 등 난리가 벌어졌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사고로 사망한 박치현 상병(21)의 미니홈피에는 뒤늦게 소식을 접하고 충격을 받은 친구들의 애도글이 이어졌다. 특히 사고 하루 전인 3일이 박 상병의 생일이어서 안타까움을 더했다. 사고 전날까지도 박 상병 미니홈피에는 지인들의 생일축하 메시지로 가득 차 있었다.

강화도=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박선홍 기자 sunhong@donga.com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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